5일 업계와 현지 외신 등에 따르면 지금까지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을 알린 곳은 미국, 영국, 독일, 러시아, 중국, 인도 정도다. 미국이 4종(화이자·모더나·얀센·노바백스), 중국이 4종(시노팜·시노백·칸시노·우한연구소)으로 가장 많다. 영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러시아는 스푸트니크V·에피박코로나·코비박 백신, 인도는 바라트·코비실드 백신 등을 국내외에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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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도 사정은 비슷하다. 프랑스 생명공학연구소인 파스퇴르연구소와 미국 머크는 코로나 백신 개발에 착수했지만 지난 1월 임상 1상에서 기대 이하의 결과가 나오자 개발을 중단했다. 사노피는 다른 나라 제약·바이오사와 협력해 진행하는 임상시험에서 비교적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함께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1·2상에서 만 60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유효성을 증명하지 못해 임상시험을 중단했다가, 임상을 재설계해 올해 2월부터 다시 2상에 들어갔다. 임상결과가 긍정적일 경우 2분기 중 임상 3상에 진입, 연내 백신을 공급할 예정이다. 사노피는 미국 트랜스레이트바이오와도 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으로, 임상 1·2상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세계적인 제약사를 보유한 이들 국가에서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하지 못한데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통적인 이유로는 정부의 지원 부족이 꼽힌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20년 동안 정부는 백신을 개발하거나 해외에서 백신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었다”면서 “이번에도 정부는 (백신 개발에 대한)지원을 거의 제공하지 않았고 기업은 새로운 백신을 개발하려는 동기가 낮았다”고 꼬집었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의 초기 개발 지원 규모는 100억 엔(1000억원) 정도였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스위스의 백신 정책에 대해 “스위스는 너무 늦게 행동한 데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면서 “자국의 제약사는 물론 세계보건기구(WHO)의 백신 개발을 위한 자금도 제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프랑스는 구체적인 백신 개발 비용은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의 보건의료 연구지원금은 2011년 35억 유로(4조7200억원)에서 2018년 25억 유로(3조3700억원)로 29% 감소 추세다.
백신에 대한 정부와 국민들의 불신도 코로나19 개발 속도가 늦어진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된다. 일본에서는 1970년대부터 천연두 백신 등 예방접종 후 사망이나 후유증이 문제가 돼 소송이 잇따랐다. 최근엔 홍역·풍진(MMR) 백신 및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프랑스에서는 탐욕스러운 제약사들이 임상시험 단계를 축소해 서둘러 백신을 시장에 내놨다는 내용의 다큐멘터리 영화 ‘홀드업(Hold-Up)’이 크게 인기를 끌었다. 프랑스 유명 의사들은 화이자 백신이 개발됐을 당시 “신기술인 mRNA 방식을 기반으로 한 백신을 안전하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업계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지연이 비단 다른 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꼬집는다.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곳은 SK바이오사이언스, 제넥신, 셀리드, 진원생명과학, 유바이오로직스 등 5곳이다. 제일 앞서 있는 제약사가 임상 2상 단계로 내년 상반기는 돼야 출시가 예상된다. 올해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해 책정한 예산은 1528억원 수준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개발사들이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돈은 수십억원 정도인데 비임상시험을 커버할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임상 3상에는 수천억원 비용이 드는데 지원 규모가 턱없이 작아 개발업체들에게는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