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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금호그룹 측과 채권단은 이르면 이번주 중 그룹의 핵심 우량자산인 아시아나항공을 팔고, 금호고속과 금호산업은 살리는 방향으로 결론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예상된 수순이었다는 평가다. 아시아나항공 회사채 중 유일하게 신용등급(BBB-)이 매겨진 채권의 만기가 불과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신용 리스크에 직면하는 등 매각 외에는 유동성 위기를 넘을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관측 때문이다. 국적항공사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올 경우 인수합병(M&A) 시장이 들썩일 것으로 관측된다.
금호산업 보유 구주매각 방식 유력
14일 아시아나항공 채권단 등에 따르면 금호그룹과 채권단은 지난 주말 내내 협상을 갖고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는 방안을 심도있게 검토했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채권단이 금호 측의 첫 자구계획안에 퇴짜를 놓은 직후부터 실무자급 협상에서는 매각 결정을 저울질했다”며 “이르면 이번주 중으로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채권단 인사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 ‘윗선’의 결단만 남은 상황”이라고 했다.
이는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이다. 유동성 위기의 수준이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0월25일 발행된 600억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회사채 만기는 오는 25일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회사채 중 신용등급이 매겨진 건 이 채권이 유일하다. 나머지(4건)는 사모사채로 신용등급을 받지 않았다.
문제는 BBB- 이상 신용등급이 매겨진 회사채가 없어지는 것도 자산유동화채무(ABS)의 조기지급 사유가 된다는 점이다. 2월말 현재 ABS 잔액은 1조502억원. 아시아나항공이 25일까지 회사채를 발행하지 못하면 1조원 규모의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른바 ‘무등급 트리거(추가 제재가 가해지는 자동개입 조항)’다.
특히 채권단은 금호가 이번 위기를 넘기더라도 끝이 아니라고 보는 분위기였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미상환 단기성 차입금은 1조2000억원이 넘는데, 이를 어떻게 갚을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컸던 것이다. 게다가 박 전 회장 일가 체제로 가다가는 국적항공사의 미래가 위태롭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기업구조조정 원칙 양보 않는 정부
시장에서는 이미 아시아나항공 매각설이 파다하다. 최근 주가가 급등했던 것도 매각 기대감 때문이다. 또다른 채권단 인사는 “매각 절차가 시작되면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SK, 한화, 애경 등 특정 그룹의 이름이 오르내린지는 꽤 됐다.
한편 산은 측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설에 대해 ”아직 금호그룹 측으로부터 공식적인 자구계획안이 오지 않았다”며 “현재 (금호 측과)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설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