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고 비웠더니 채워지더라

공짜 국수집 운영 서영남
오두막 생활 지율스님 등
무소유에 대한 생각 전달
………………………………
비워야 산다
지율·박기호·이남곡·임락경·칫다다·서영남|360쪽|휴
  • 등록 2011-07-15 오후 1:29:46

    수정 2011-07-29 오후 3:00:28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2003년 만우절. 마치 거짓말처럼 국수를 공짜로 주는 집이 문을 열었다. 동인천역 근처 화수동에 자리를 잡은 `민들레국수집`이다. 노숙인들을 위한 무료식당이다.   7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주인장 서영남은 가진 것을 다 내놓는 `무소유`를 사랑의 다른 이름으로 여기고 산다.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 가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독특한 사랑법까지 편다. 그러면서도 배고픈 사람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따뜻한 밥 한 그릇이 아니라 사람대접이라고 강변한다.

경남 양산의 천성산터널을 `목숨 걸고` 반대한 이가 있다. 242일간 단식, 도롱뇽 소송으로 더 유명한 지율스님이다. 그의 집요한 원칙주의에 여러 사람들이 난감해 했다. `도롱뇽에 뭇매 맞은 고속철도`라는 기사까지 등장해 여론을 갈라놨고, 정부 측에선 지율스님의 반대로 공사가 지연돼 2조5000억원의 손실이 생겼다고 펄펄 뛰었다. 하지만 결국 터널은 뚫렸다. 그는 이제 낙동강으로 옮겨갔다. 4대강 개발로 천성산보다 1000배나 많은 생명이 파괴되는 것을 목격했다고 했다.

채우고 채워도 충족되지 않는 요즘을 사는 사람들의 허기를 위한 해결책을 엿봤다. `민들레국수집`의 서영남, 환경운동가 지율스님을 비롯해 `산위의마을` 공동체의 박기호 신부, `좋은마을`의 이남곡, `시골교회`의 임락경 목사, 요가수행단체 `아난다마르가`의 칫다다 등 여섯 사람이 나서 독특한 색깔로 생각을 풀어놨다. 무소유와 버림의 미학을 묻고 답하는 이들은 “보통사람이 듣기엔 좋은데 실천하기엔 고통이 따르는 삶을 천연덕스럽게 살아내고” 있었다.

살아온 모습과 내놓은 형식은 다르다. 하지만 `함께 나눈다는 뜻`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민` `진리에 대한 집요한 추구`라는 공통분모는 발밑에 뒀다. 한결같이 내세우는 것은 `비워서 채운다`다. 가지지 않았더니 오히려 편안해졌다는 거다. 문제는 소유욕이었다. 종교든 옛 선인이든 `많이 가지라`고 가르치는 경우는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가지라는 것을 가르치지 않으니 어떻게 가지라는 것에 대한 얘기도 필요치 않았다.   
▲ `민들레국수집` 주인장 서영남은 노숙인 돕는 일을 `줄탁동시(啐啄同時)`의 마음이라고 설명한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선 새끼와 어미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말이다(사진=휴).
그러나 서둘러 자신들의 방식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다만 `꼭 그래야 하는가`를 묻는 이견에 대한 답은 태도로써 보였다. 박기호 신부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로 이어지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인류를 고통 속에 몰아넣은 그 시작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가 속한 마을공동체가 도피처가 아니라 등대이기를 바란다. 자본금 300만원으로 차린 민들레국수집은 오늘도 500명의 손님이 찾는 세상에서 가장 풍족한 레스토랑이다. 그리고 지율스님은 외등도 없는 오두막에서 30년째 입고 있는 누더기 승복을 입고 오늘도 강가를 지킨다.

책은 `가진다는 것`의 확대된 개념을 던져놨다. 그 방향을 가늠할 좌표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이제 독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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