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은은 3일 ‘물가 상황 점검회의’ 결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5%를 상회(5.4%)한 데 이어 6월과 7월에도 5%대의 높은 오름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승헌 부총재는 “국제유가와 국제식량가격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가운데 최근 거리두기 해제 등으로 수요측 압력이 더욱 커지면서 물가상승 확산세가 이어질 수 있다”면서 “중장기 물가안정기조가 흔들리지 않도록 경제주체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전년동월대비 5.4% 상승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전월보다는 0.7% 올랐다. 이데일리가 지난달 31일 국내 증권사 8곳을 대상으로 설문한 중간값 5.1%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
이에 대해 한은 조사국은 에너지 가격의 높은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제식량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가공식품 및 외식 물가 오름폭도 확대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가 가장 많이 수입하는 두바이유의 경우 4월 평균 배럴당 102.7달러에서 5월 108.3달러로 올라선데다 6월 1~2일엔 114.8달러를 기록하면서 3월 이후 110달러선으로 상승했다.
유가 이외에도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대면서비스 수요가 급등함에 따라 외식, 축산물 등 관련 품목의 물가 오름세가 크게 확대됐다. 특히 휴가철을 맞아 소비량이 늘어나는 축사물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사료용 곡물가격 상승, 외식수요 확대 등으로 돼지고기 가격은 전월 대비 23.3%나 급등했다.
한은은 앞으로 소비자물가가 공급 및 수요 측 물가상승압력이 모두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당분간 5%대의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석유수입 부분 금지, 중국 내 봉쇄조치 완화, 주요 산유국의 증산규모 확대 등으로 향후 국제유가의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곡물 등 세계식량가격은 전쟁 여파, 주요 생산국 수출제한 등으로 상당기간 높은 수준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또한 팬데믹 기간 중 억눌렸던 서비스 소비를 중심으로 수요 측 압력이 커지면서 국내 개인서비스물가 오름세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단 판단이다.
다만, 6%대 물가 상승 가능성은 국제유가의 변동 등 앞으로의 흐름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국제유가가 브렌트유 기준 120달러를 뚫은 뒤 다시 110달러선으로 하락하는 등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수정경제전망 당시 연간 4.5%를 전망한 경로 안에 있는 수준”이라면서 “6%대 가능성은 가장 불투명한 국제유가의 추가 상승 흐름 등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