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대신 커피'…택배기사 쉼터 만든 수서서

  • 등록 2018-04-22 오후 1:00:00

    수정 2018-04-22 오후 5:26:16

서울 수서경찰서 1층 카페 ‘더쉼터’에 경찰서가 내건 응원 메시지
[이데일리 노희준 송승현 기자] “택배기사님!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계단을 오르내리시느라 고생하시죠? 커피 한잔 하고 가세요.”

서울 수서경찰서 1층 건물 내 출입문에는 택배 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택배기사들을 응원하는 메시지가 붙어 있다. 수서경찰서는 지난해 9월 25일부터 경찰서가 운영하는 카페 ‘더 쉼터’에서 택배기사 등에게 하루에 커피 한잔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택배기사가 아니어도 된다. 청소부, 우체부, 세탁물 배달원, 구두공 등 경찰서 내에서 땀 흘려 일하는 이라면 누구나 하루에 커피 한잔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시작은 현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홍보담당관을 맡고 있는 박우현 전(前) 서장(총경)의 아이디어였다. 1998년에 지어져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 수서경찰서를 계단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락내리락 하는 택배기사들의 고단한 일상이 그의 눈에 밟혔다.

박 홍보담당관은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는 사소한 배려가 사회를 살맛나게 한다는 글귀를 어떤 책에서 봤다”며 “땀 흘려 일하는 소방관, 경찰관, 택배기사, 배달원 등이 좀더 존중받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소박하게 시작했다”고 했다.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하루에 택배기사 등 6~7명이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겼다. 수서경찰서에서 만난 우체부 박모(46)씨 “수서경찰서에서 우리같은 사람들을 위해 커피를 대접한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며 “바쁜 날이 아니면 커피 한 잔씩 먹으면서 피로를 푼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부터 카페 더 쉼터를 지키고 있는 아르바이트생 김모(26·여)씨는 커피를 마시러 오는 이들 중에 ‘부부 택배 기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떠올렸다. 김씨는 “남편이 다리가 좋지 않아 계단을 오르내릴 수 없기 때문에 부부가 서로 역할을 분담해 택배를 운반하는 분들”이라며 “1층은 남편이 2층부터는 부인이 택배를 배달하는데 커피를 제일 많이 애용하는 분들”이라고 웃었다.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앞으로도 택배 기사분들에게 무료 커피 대접을 이어나갈 생각”이라며 “땀 흘려 일하는 분들에게 작은 힘이라도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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