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가 TV 눌렀다..스마트폰 때문?

판매 1위 놓치지 않았던 TV, 올해는 2위로 추락
"미디어 소비 방식, TV서 스마트폰으로 분산 영향"
더 큰 용량 찾는 냉장고 수요는 갈수록 많아져
  • 등록 2015-06-24 오전 9:53:39

    수정 2015-06-24 오전 9:53:39

롯데하이마트 매출액 기준.(2015년은 5월까지 누계)
[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가전제품의 전통의 강자는 누가 뭐래도 TV였다. 매출액 기준으로 한번도 가전 판매 1위 자리를 뺏긴 적이 없다.

하지만 올해 상황이 달라졌다. TV가 처음으로 1위 자리에서 내려왔다. TV가 등장한 이후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다. 왕좌는 냉장고가 이어받았다. 냉장고는 이제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가전제품이 됐다.

24일 국내 최대 가전제품 양판점인 롯데하이마트(071840)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누계 매출액 기준 판매 1위 품목은 냉장고가 차지했다. TV는 2위로 밀려났다. 여름철 냉장고 수요가 더 많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간 기준으로도 냉장고의 판매 1위가 유력하다.

TV의 추락은 가전제품 판매 시장에서 충격적인 일이다. 롯데하이마트의 공식적인 판매 기록이 집계되는 지난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판매 1위는 항상 TV였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2005년 이전 판매 기록이 분명치 않아 제외했지만, 하이마트에서 가전제품을 판매한 이후 처음으로 TV 판매의 순위가 떨어진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롯데하이마트도 수요의 변화에 대한 대응책을 고심중이다.

결정적인 변수는 스마트폰이었다. 미디어 소비의 형태가 TV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급속하게 분산되면서 TV의 고정 수요가 이전보다 줄어들었다는 게 롯데하이마트의 분석이다. 스마트폰이 가전제품 시장의 판도를 바꾼 셈이다.

TV의 기술 발전이 더뎌진 것도 요인이다. LED 패널 이후 TV 산업을 바꿀만한 새로운 기술적 패러다임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교체 수요도 예전보다 줄었다.

반면 냉장고는 꾸준히 2~3위권을 유지하다 최근 더 수요가 늘었다. 대단한 기술발전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더 큰 용량을 찾는 수요가 꾸준히 나왔다.

지난 2010년까지 국내 냉장고 평균 수요는 800ℓ 미만이었지만, 2012년 800ℓ 중반으로, 올해 들어서는 800ℓ 후반까지 높아졌다. 또 정수기와 탄산수 등 새로운 기능을 탑재한 제품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김치냉장고가 크게 성장했지만, 기존 냉장고의 수요를 갉아먹지 않았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냉장고는 없어서는 안될 대표적인 가전제품이지만, 특히 대용량에 대한 수요가 많은 편”이라며 “이제 하이마트에서 파는 대표 가전은 TV가 아니라 냉장고가 됐다”고 말했다.

PC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3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데스크톱의 수요는 크게 감소했지만, 노트북과 태블릿의 판매가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기온에 따라 판매 편차가 큰 에어컨은 올해 판매 4위를 기록했다. 지난 2013년 폭염으로 수요가 급증했던 때를 제외하고 꾸준한 판매 추이다. 김치냉장고는 현재 판매 6위를 차지했지만, 겨울 판매 비중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간으로는 김치냉장고가 5위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롯데하이마트측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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