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수사 ‘스모킹 건’ 나올까?…檢 "조직적 은폐의혹"

망자 증언 의존 수사 한계 커 결정적 증거 확보가 관건
검찰 "경남기업측 조직적 증거 은폐 정확 포착"
  • 등록 2015-04-19 오후 6:07:41

    수정 2015-04-19 오후 6:07:41

[이데일리 박형수 기자]검찰이 (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측근들을 줄소환하기로 하는 등 ‘성완종 리스트’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증거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경남기업 측이 조직적으로 증거를 숨기거나 빼돌리 정황을 포착,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남기업에서 압수한 내부 CCTV 영상파일과 컴퓨터 등을 분석한 결과 파일의 상당부분이 지워졌거나 일부는 CCTV 녹화 자체가 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비밀장부와 같이 정치자금 제공 사실을 입증할 만한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면 수사가 미궁 속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 전 회장이 유력 정치인에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크게 두 가지다. 첫번째가 성 전 회장이 남긴 육성 인터뷰와 메모다. 또 성 전 회장의 행적에 대한 증언과 기록도 당사자들의 부인에도 불구, 성 전 회장이 메모에 등장한 정치인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같은 간접 증거만으로는 성 전 회장이 이들에게 돈을 줬다는 사실을 법정에서 인정받기는 불가능하다. 수사팀은 지난 15일 압수수색을 통해 휴대전화 21개, 디지털증거 53개 품목, 수첩·다이어리 34개, 회계전표 등 관련 파일철 257개, 기타 파일철 16개를 압수했다. 삭제된 흔적이 있는 자료는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DFC)로 보내 복원 작업을 진행했다. 수십만쪽 분량의 방대한 자료 가운데 ‘스모킹 건’(smoking gun, 핵심 증거)이 나올 수 있지만, 현재까지 분위기는 발견하지 못한 눈치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의 핵심적 증거가 부존재하기 때문에 주변 많은 사람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정성을 다해 채워나가다 보면 귀인의 도움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수사팀은 핵심 관계자의 증언에 기대하고 있다. 간접 증거물이라 해도 제삼자의 증언이 더해지면 재판 과정에서 증거물로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망자인 성 전 회장과 정권 실세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경남기업 핵심 관계자가 얼마나 검찰 수사에 협조할지는 미지수다.

결정적 증거 확보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성 전 회장 로비의혹에 대한 수사는 정치권에 큰 상처만 남긴 채 흐지부지될 공산이 크다. 공여자가 사망한 정치자금 수수는 입증이 쉽지 않아 기소되는 경우가 드물다.

각종 의혹이 우후죽순처럼 터져 나오는 것은 수사팀의 수사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양한 의혹 가운데 하나라도 밝혀내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지만, 수사는 오히려 반대다. 성 전 회장이 이완구 국무총리에 3000만원을 전달했다는 주장만 해도 여러 정황상 전달했을 가능성이 크다 해도 법정에서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비타 500’ 박스에 3000만원을 넣은 사람과 박스가 실린 자가용을 운전한 사람, 박스를 이 총리에게 전달한 사람이 각기 다르다. 이 모든 것을 알고, 지시한 성 전 회장은 사망했다. 검찰은 일련의 과정이 어떻게 연결되는 지 밝혀야 한다. 검찰이 기소하더라도 재판부가 ‘3000만원이 든 박스와 이 총리가 받은 박스가 같은 것이라는 증거는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정황상 바뀌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답할 수는 없다. 특히 의혹이 많아질수록 검토해야 할 자료와 수사 대상 또한 늘어나 수사가 방향을 잃고 좌충우돌할 수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하나의 단서를 찾으면 다른 단서를 찾아야 한다”며 “단서를 끝으로 답이 맞춰지는 경우도 흩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수사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 대상은 정권 실세다. 수사팀은 연일 계속되는 ‘외풍’을 잠재우고 수사의 돌파구가 될 확실한 ‘한방’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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