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피해주의 반란

SK·현대차·삼성전자 잇단 자사주 매입
위력 커진 주주들 달래기 해석
"주가하락 유도 혹은 방치 더 이상 안 통할 것"
  • 등록 2014-11-30 오후 3:15:21

    수정 2014-11-30 오후 5:10:46

[이데일리 김세형 기자]“남의 회사 주총에서 뭐하는 거야” “당신 몇 주나 갖고 있어?” 2004년 2월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당시 이사회 의장이던 윤모 부회장이 주주총회장에 참석한 시민단체를 향해 이같이 말했다. 이 말은 우리나라 대기업이 소액주주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낸 말로 한동안 회자됐다.

만 10년이 흐른 지금 대기업에 변화의 바람이 불 조짐이다. 경영권 승계나 사업구조 개편이 시급한 이때 주주들을 홀대했다가는 자칫 판이 깨질 위험성이 커진 탓이다. 그간 대주주 편에 서는 것만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증시의 경험칙도 조금씩 바꿔 나가고 있다.

지난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이후 SK(주)를 필두로 현대차, 그리고 삼성전자가 전격적으로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지난 26일 무려 7년 만에 2조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고 당일 5% 넘게 폭등했다.

세 회사는 각기 그룹의 간판 계열사이자 국내 증시의 간판주로서 자사주 매입에 나서기 전 실적 우려에 시달리고 있었고 현재도 우려는 여전하다.

SK(003600)는 지주회사로서 정유와 화학 업황 침체에 시달리고 있고, 현대차는 해외차의 국내 시장 잠식과 함께 환율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삼성전자(005930)는 잘 알려진 대로 3분기 실적을 급랭시킨 스마트폰의 문제를 안고 있다. 주가방어는 일견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런데 이들 회사들을 그룹내 지배구조 차원에서 바라볼 때 다소 의외라는 관측도 상당하다.

SK는 최태원 회장이 최대주주로 언젠가는 한몸이 될 SKC&C(034730) 아래에 있고, 현대차(005380)는 승계권자인 정의선 부회장이 지분을 가진 현대글로비스보다 지위가 낮다. 삼성전자 역시 삼성SDS나 상장을 앞둔 제일모직과 비교할 때 뒤로 밀릴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언젠가 진행될 지배구조 개편에서 이들의 주가가 낮아야 그만큼 오너가(家)가 가져갈 지분이 커진다. 이들 주가가 항상 인위적 저평가설에 시달려 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서 일반주주의 이익에 부합하는 결정이 나왔다.

더이상 회사측이 10년 전처럼 주주들을 무시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진단이다. 특히 응집력 강한 기관주주의 등장이 대기업들의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 어느 곳치고 주요주주가 아닌 국민연금이 그 정점에 있다.

지난 19일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그간 진행해 왔던 합병 절차를 중단했다. 주식을 되사달라는 주주들의 요구가 예상보다 크자 결국 백기를 들었다. 국민연금을 필두로 한 기관투자가들이 자신의 수익 방어를 위해 앞다퉈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삼성전자가 이같은 자사주 매입을 들고 나온 것은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깨진 직후로 이를 의식했다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증권가가 자사주 매입을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주주의 이익을 훼손하지 않겠다는 확약으로 본 것도 이 때문이다.

김지웅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전자의 투자자, 주주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핵심회사의 과도한 주가하락은 브랜드 이미지 하락, 주주행동주의자 투자자들의 활동 촉발 등으로 이어져 결국 그룹 전체의 가치 하락을 가져올 수 있는 상황”이라며 “주요 그룹에서 악순환 사이클을 막기 위해 주주친화정책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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