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외교부가 공개한 외교문서에 따르면 당시 미국은 막후에서 한국 정부와 김 전 대통령의 귀국 문제를 중재했으나, 양측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전 전 대통령의 미국 방문계획 발표를 연기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1982년 12월 형집행정지 상태에서 치료를 명목으로 미국에 망명했던 김 전 대통령은 1985년 2월 치러질 총선을 앞두고 귀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의 귀국이 총선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 전두환 정권은 김 전 대통령의 귀국을 선거 이후로 연기하기 위해 미국측과 긴밀히 협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리처드 워커 당시 주한 미국대사와 노신영 당시 안기부장 사이에서는 미국이 김 전 대통령의 귀국 연기를 설득하는 대신, 한국은 사면 조치를 취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한미간 논의에 이상신호가 감지된 것은 1월 22일 워커 대사가 전두환 전 대통령을 면담하면서다. 당시 클리블랜드 주한 미국대사관 공사는 면담 다음날인 23일 외무부 미주국장과의 조찬에서 “국무성(국무부)의 1차적 반응은 한마디로 대단히 실망”이라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1985년 4월 중으로 계획된 전 전 대통령의 방미를 바로 다음날인 24일 발표하기로 돼 있었다. 한국은 강력히 반발했으나 결국 발표 연기에 동의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전 전 대통령은 ‘김대중이 (전 대통령) 방미 후 귀국한다면 재수감을 하지 않겠다. 그러나 방미 전 귀국한다면 재수감은 불가피한 일’이라며 귀국 연기를 종용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달 전 전 대통령은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 김 전 대통령의 귀국 시점이 언제이든 받아들이겠다며 “레이건 행정부의 입장을 난처하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미측에 통보한 것이다.
전 전 대통령은 4월 24일부터 29일까지 이뤄진 방미를 앞두고 한미 정상회담 결과 발표에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정부의 호헌에 대한 공개 지지를 표명해줄 것을 집요하게 요청했다. 하지만 레이건 전 대통령은 “전 대통령이 임기 말에 하겠다는 평화적 정권교체 공약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재차 강조한다”고 발표했다.
이밖에도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84년 당시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에 대한 시정 요구를 ‘북한이 한일간 이간을 노리고 배후 조종한 데 따른 행위’라고 규정짓고, 자필 지침까지 내려보내 국내 언론의 관련 보도를 통제하려 했던 사실도 나타났다.
전 전 대통령은 일본 역사교과서 시정을 요구하는 움직임을 북한이 조총련과 일본 좌익계 노조 및 지식인 등을 이용해 한일간의 이간을 노리는 것이라며 “한국의 언론은 이에 편성하지 않도록 협조하시요”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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