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마켓 증시, 선진국보다 건강하다"

이머징마켓 `안전한 시장`..변동성 선진국보다 낮아
개발도상국 경제기초여건 튼튼..주가 선진국 추월
  • 등록 2007-08-13 오후 12:20:03

    수정 2007-08-13 오후 4:42:34

[이데일리 하정민기자] 서브프라임 발 신용위기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지만 이머징마켓 주식시장의 등락폭이 선진국에 비해 오히려 적어 눈길을 끌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13일 이와 관련, 지난 1990년대 아시아 금융위기 후 이머징마켓의 경제 펀더멘털과 주식시장 기초 체력이 대폭 개선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머징마켓 주식이 위험 자산이라는 등식은 이제 옛말에 불과하며 앞으로도 선진국 주식보다 높은 성장세를 구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개발도상국 경제 펀더멘털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아시아 금융위기가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던 지난 1990년대.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57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브라질의 연율 인플레이션은 1000%를 넘었고 경제 부진에 허덕이던 폴란드는 총리만 9명을 갈아치웠다. 

   주요 신흥시장국 현황
금융시장 불안정의 대명사처럼 불리던 이머징마켓은 이제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시장에 견주어도 손색없는 안전한 시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머징마켓의 경제 성장 속도는 선진국보다 세 배 이상 빠르다.

올해 세계 전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5.2%다. 개발도상국은 이 5.2% 성장의 절반 이상을 담당할 전망이다. 56억8000조달러에 달하는 세계 외환보유고의 절반 역시 개발도상국이 보유하고 있다.

구제금융을 받아야했던 한국은 이제 순 채권국으로 변모했다. 살인적 인플레에 시달리던 브라질의 인플레이션은 4% 이하로 떨어졌다.

현재 개발도상국 중 하위 그룹의 경상흑자만 해도 4억84000만달러에 달한다. 1997년 810억달러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선 것.

뉴욕대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개발도상국의 외환보유고가 지난 10년간 500% 가까이 증가한 38억7000조달러를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슈로더 자산운용은 개발도상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의 39%에 불과해 선진국의 89%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덧붙였다.

◇신흥시장 주식 밸류에이션 증대..위험자산은 옛말

주식시장 상황도 이머징마켓의 달라진 위상을 대변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개발도상국 주식은 올해 예상 수익의 평균 15.2배에서 거래, 14.9배에 그친 선진국을 앞섰다. 2005년 이 비율은 8.45배 대 17.3배에 그쳤다. 불과 2년 사이에 개발도상국 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잘 알 수 있다.

이머징마켓 대표기업의 주가도 선진국 경쟁자를 능가하기 시작했다. 브라질 대표은행 방코 브라데스코의 밸류에이션은 미국 씨티그룹보다 높다.
 
한국 최대 철강업체 포스코(005490)의 주가 역시 독일 라이벌 티센크룹보다 높다. 2년 전 예상 이익의 4.57배에서 거래되던 포스코 주가는 현재 예상 이익의 11.6배에서 거래되고 있다. 같은기간 티센크룹 주가는 예상이익의 7.1배에서 8.94배로 근소하게 올랐을 뿐이다.
 
서브프라임 발 신용 위기로 세계 주식시장이 요동치던 최근 몇 주간 페루와 체코 주식시장은 미국과 서유럽 주식시장보다 덜 떨어졌다.
 
7월13일 세계 주식시장이 고점을 찍은 이후 현재까지 S&P 500 지수는 6.4% 떨어졌다. 다우존스 스톡스 600 지수는 달러화 기준 9.8% 내렸다. 반면 인도와 페루 주식시장은 3.1% 떨어졌다. 체코 주식시장도 6.3% 내려 서유럽 주식시장에 비해 건강한 체질을 과시했다.

크레디 스위스 PB 부문의 최고 투자책임자인 로버트 와인스타인은 "우리는 이제 달라진 투자환경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머징마켓의 경제 성장으로 주식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며 "이머징마켓에 투자하려면 성장에 대한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약세장에 대한 예측으로 유명한 `닥터 둠(Dr. Doom)` 마크 파버는 "경제 성장과 주식시장의 변화만으로는 이머징마켓 주가를 설명할 수 없다"며 "이머징마켓 주가가 지난 6년간 선진국 주가를 능가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미국인들도 누구나 중국이 9~11%의 고도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며 인도도 이에 못지 않다는 사실을 안다"고 덧붙였다.

이머징마켓 자산이 더 위험하다는 공식도 이제 옛말이다. 슈로더 자산운용의 앨런 콘웨이 애널리스트는 "이머징마켓 주식의 밸류에이션 상승으로 투자자들은 이제 이머징마켓 자산이 덜 위험하다고 느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위험 자산부터 매도해야 하기 때문에 이머징 자산을 먼저 팔라는 주장은 완전히 헛소리"라며 "이머징마켓 자산은 위험하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콘웨이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신용 위기에도 불구하고 이머징마켓 주식시장이 반등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내놨다. 그는 "모건스탠리 캐피탈 인터내셔널(MSCI) 이머징마켓 지수가 지난 7월23일 사상최고점 이후 10% 하락했지만 궁극적으로는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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