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현실이 된 美긴축 공포

  • 등록 2015-12-06 오후 12:20:00

    수정 2015-12-06 오후 12:20:00

[이데일리 이정훈 증권시장부장]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공포감이 차츰 커지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 이어 주요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들까지 잇달아 12월 기준금리 인상에 힘을 실어주는 메시지를 보내는 와중에 지난 주말에 나온 11월 미국 고용지표까지 호조를 보이면서 이제 금리 인상은 턱밑까지 다가왔다고 할 수 있다.

당초까지만 해도 미국 금리 인상이 워낙 오랫동안 묵혀온 악재이기도 한데다 금리 인상 자체가 미국 경제 회복세를 반영한 것인 만큼 그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지배적이었다. 또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과 중국 등 그동안 부진했던 주요 경제권이 서서히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이런 관측에 한 몫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미국에서의 긴축이 현실로 다가오자 글로벌 금융시장 흐름은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욕증시는 큰 폭의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고 유로존과 이머징마켓 증시는 하락 압력을 강하게 받고 있다. 미국 달러화도 지속적인 강세를 이어가고 있고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의 시장금리는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투자자들은 지난 한 주동안에만 1조4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인출해 갔다.

더구나 긴축으로 향하고 있는 미국과 달리 유로존과 중국, 일본 등은 여전히 부진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통화완화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있어 주요 경제권의 통화정책이 서로 엇갈리는 대분기점(Great divergence·그레이트 다이버전스)에 도달했다는 점도 시장 혼란과 불안을 키우는 점이다. 실제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미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 뉴스에 따라 하루 사이에 5~10원씩 뛰었다가 내려가는 널뛰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유로화 유동성이 늘어나 유로화 가치가 더 떨어지면 `슈퍼달러`는 더 힘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미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월가 투자은행들은 유로화와 달러화 가치가 1대1로 동등해지는 유로·달러 패리티가 연내에 현실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이야 향후 금리 인상 속도를 완만하게 유지하겠다고 약속하고 있지만, 내년 미국 경제 성장세나 인플레이션 동향에 따라서는 연준이 얼마든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여지도 있다. 그럴 경우 숨가쁜 달러 강세랠리가 이어질 수도 있다. 헤지펀드 등 투자자들이 최근 달러화를 집중적으로 매집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처럼 미 금리 인상 후폭풍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미국으로 쏠리는 글로벌 `머니 무브(Money Move)`가 본격화한다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경제와 자본시장은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시장에서 미 금리 인상 우려가 반영되기 시작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9월까지 미국에 유입된 자금은 총 2300억달러에 이른다. 2009년부터 5년반동안 7500억달러가 국외로 나간 점을 감안할 때 3분의 1이 미국으로 되돌아왔다는 얘기다.

과거 1994년 1월부터 시작됐던 미국 금리 인상과 뒤이은 엔화 약세로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남미 외환위기, 그 뒤를 이어 동아시아 금융위기가 초래됐다. 2004년 1월부터 시작됐던 금리 인상과 엔화 약세도 신흥국 위기를 초래했다. 한국도 미국과의 300억달러 통화스왑으로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다. 이처럼 두 번의 미국 금리인상이 언제나 위기가 있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통화정책과 외환정책을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운용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는 한편 자본 유출입에 따른 불안이 과도하게 커지기 전에 서둘러 거시 건전성을 강화하는 장치들을 재검검할 필요가 있다. 정책당국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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