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재벌-서민 양극화 `투-스피드` 경제 뚜렷-FT

재벌 시장 장악..가계부채는 사상 최고
경제기반 확립 중요..위기 재발 가능성
  • 등록 2011-05-30 오전 10:36:55

    수정 2011-05-30 오전 10:36:55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한국 경제가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그 이면에는 재벌과 서민 간의 빈부격차가 갈수록 커지며 양극화가 심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9일(현지시간) 지적했다.

▲ 작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 추이(출처:FT)
FT는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가 침체를 겪는 가운데 삼성전자(005930)현대자동차(005380) 등 대다수 한국 재벌들은 엔화 강세 수혜 등에 힘입어 오히려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등 지난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 때와 비교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국의 작년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46%로 서브프라임 위기 초기의 미국 부채비율인 138%를 넘어서는 등 서민 가계의 상황은 되레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생활고를 비관한 자살사건이 잇따르는 것도 한국 가계의 재정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한다는 설명.

김성일 한국자살예방협회 주임은 FT와의 인터뷰에서 "겉으로 보면 경제는 좋은 모양새를 띠고 있지만 대부분의 서민들은 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높은 자살률은 사회보장제도의 미약함과 불안정한 고용, 높은 청년 실업률 때문"이라고 말했다.

FT는 이명박 정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과 동반 성장을 목표로 내놓은 정책들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정부의 제안에 반발하고 있다는 것.

앞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정부가 대기업의 초과 이익을 협력업체와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내놓은 초과 이익 공유제에 대해 "어릴 때부터 기업가 집안에서 자라 경제학 공부를 해왔으나 이익 공유제라는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고 이해도 안 가고 도무지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 1988년 이후 한국 가계 순저축률 추이(출처:FT)


중소기업계 역시 정부의 이익 공유제는 핵심을 벗어났다며 대기업들이 중소 협력업체들에 적절한 대가를 지급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반응이다.

FT는 환율과 인플레이션, 국제유가 등이 변동성을 보이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재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지 못하고 나머지 경제분야를 키우는데 소홀, 경제 기반을 굳건히 닦아놓지 못하면 1997년과 2003년에 겪었던 경제 위기를 다시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이는 한국에 베팅했던 외국 자본들의 유출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FT가 재벌 중심의 한국 경제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FT는 이미 여러 차례 기사나 칼럼을 통해 한국의 재벌에 대해 부정적인 논조를 드러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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