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걱정되는 대만 언론의 ''반한(反韓)'' 보도

  • 등록 2010-12-14 오전 10:57:25

    수정 2010-12-14 오전 10:57:25

[이데일리 조태현 기자] 지난 10월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만 여성 태권도 선수의 실격 판정으로 촉발됐던 대만 내 반한(反韓)감정이 최근 수그러드는가 싶더니 이내 '엉뚱한 이유'로 다시 번지고 있다.  
 
그 엉뚱한 이유란 삼성전자(005930)의 LCD 가격 담합 과징금 면제를 말한다. 지난 8일 유럽연합 공정거래 감독 당국이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대만 LCD 업체 4곳이 LCD 패널 가격 담합을 했다며 과징금 6억5000만유로를 부과했는데 과징금 대상에서 삼성전자만 빠져 있었던 것.

삼성전자는 담합 행위를 처음으로 자진 신고해 과징금을 면제받은 것이다. 이른바 리니언시 제도(담합자진신고자감면제)에 따른 결과.

사전적으로 `관용`이라는 뜻을 가진 이 제도는, 관계 당국이 기업의 협조 없이는 사실상 담합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도입됐다. 자진해서 담합 행위를 신고하면 과징금을 완전히 면제하거나 경감해준다.

이번 LCD 담합 행위 과징금에서 가장 먼저 신고한 삼성전자는 과징금을 전액 면제받았으며, LG디스플레이는 두 번째로 신고해 50%의 과징금이 면제됐다.

한 마디로 `비즈니스에서 시작돼 비즈니스로 끝난` 결과인 셈이다. 하지만 과징금의 직격탄을 맞은 대만에선 이번 과징금이 `비즈니스의 결과물`로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최근 대만 공상시보, 이코노믹데일리 등 언론은 삼성전자에 대해 "상도덕이 없는 회사"라며 "밀고자가 돈을 버는 시대"라는 직설적인 비난 보도를 했다.

언론이 선동하자 대만 정부까지 나서서 반한 감정을 부추기고 나섰다. 장관급인 스옌샹 대만 경제부장은 "유럽연합이 LCD 패널 담합을 조사할 때 삼성전자가 대만 기업을 밀고했다"라며 "상도덕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대만 언론과 정부의 행태는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다. 이성적인 논리나 사실보다는,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문구로 반한 감정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과거 국내 기업들이 담합 과징금을 부과받았을 때 국내 언론의 반응을 보면 대만 언론의 보도 행태가 얼마나 비이성적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지난 2005년 미국 마이크론은 D램 가격에 대한 담합을 자진 신고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는 미국과 EU로부터 각각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당시 과징금은 삼성전자가 3억달러, 1억4600만유로, 하이닉스가 1억8500만달러, 5000만유로 수준이었다. 그러나 당시 국내 언론이 마이크론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경우는 없었다.

이러한 대만 언론의 비난은 그 곳의 언론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 대만 현지인은 "대만에는 인구와 경제력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언론이 난립하고 있다"라며 "이들이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언론과 정부가 이러니 대만 국민들이 한국을 좋게 볼리 만무하다. '반한 감정의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언젠가는 대만 업체가 리니언시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그때는 그 피해의 대상이 국내 업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어디까지나 비즈니스에 국한돼야 한다. 대만 언론의 잘못된 분노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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