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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나야말로 여러분이 평생 만날 사람들 중에서 피카소에 가장 가까운 존재"라고 대놓고 으스대서 수많은 적을 만들어 왔다. 27일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 슈나벨의 작품 32점이 걸리는 것을 맞아 뉴욕에서 다음 영화를 준비 중인 슈나벨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당신을 피카소에 빗댄 이유가 뭐냐"고 묻자 이런 답장이 날아왔다.
"피카소는 미술을 통해 세계와 소통했다. 그도 (나처럼) 미술을 통해 다른 시대와 문화와 '대화'를 나눴다. 그도 (나처럼) 수많은 재료를 다양하게 활용했다. 그도 (나처럼) 회화에 이끌렸고, 미술의 '형식'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공통점이 뚜렷하지 않나?"
아시아 순회전이자 국내에서는 처음 열리는 이번 슈나벨 전시는 그의 '기고만장'이 허풍인지 아닌지 실물 작품을 통해 볼 수 있는 기회이다. 슈나벨의 '잘난 척'은 상식과 기성에 도전하는 그의 작품 성격과 맥이 닿아있다.
1980년대 들어 화가로서 각광 받은 슈나벨은 1990년대부터 영화를 찍기 시작했다. 동료였던 화가 장 미셀 바스키아(1960~1988)와 쿠바 시인 레이날도 아레나스(1943~1990) 등 예술가의 생애를 다룬 영화를 발표했으며 '잠수종과 나비'로 상복(賞福)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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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제 '화가'가 아니라 '화가 출신 감독'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나는 다른 분야(영화)도 다룰 줄 아는 화가"라고 대답했다.
이번 한국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은 1980년대 혈기왕성하던 청년시절부터 2000년대에 그린 최근작까지 망라됐다. 강렬한 감성의 분출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다. 그의 화풍이 가장 생생하게 드러나는 작품은 '올라츠의 초상'(1993년작)이다. 그는 캔버스에 깨진 접시 조각을 잔뜩 붙인 뒤 그 위에 붉은 색과 노란 색 유화물감을 듬뿍 발라서 두 번째 아내의 초상을 그렸다. 전시는 다음달 20일까지. (02)734-6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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