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굽 닳은 구찌 구두, 그래도 신상이래

명품 브랜드, 서비스는 `하품`
진열상품 말도 없이 판매 흠집 있어도 정가 다 받아
일반 고객은 푸대접하고 VIP 고객 오면 `왕대접`
  • 등록 2012-08-09 오전 11:03:52

    수정 2012-08-10 오후 1:06:40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지난 6월24일 이홍식씨(가명)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 본점(청담동 매장)에 주문해 뒀던 신발을 찾으러 갔다가 황당한 일을 당했다.

이씨는 선물 받은 구찌 신발을 교환하려고 2주전(6월10일) 방문했다가 원하는 신발 사이즈가 없어 이날 다시 매장을 찾았다.이씨는 주문해 뒀던 신발을 확인하던 중 신발 주위에 스크래치(상처)와 바닥이 심하게 닳아 있는 흔적을 발견하고 매장 직원에게 항의했다.

바쁜 와중에 재방문했던 터였고 또 남이 쓴 중고품을 살 뻔 했다는 생각에 화가 나 “진열용품(DP)이나 신던 신발이 아니냐”고 항의를 했지만 매장 직원은 웃으면서 “맘에 들지 않으면 다른 상품을 고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씨는 “유명 명품 브랜드가, 그것도 구찌 청담 본점에서 매장 DP상품을 고객에게 고지도 없이 판매한다는 사실이 기가 막힌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문제가 불거지고 나서야 부점장으로부터 차액(교환 원하는 상품과 실제 선물 받은 제품의 구매 차액)을 보상해 주겠다는 답변이 왔다. 또 사건이 발생한지 한 달쯤 지난 7월10일 본사 구찌 슈즈총괄팀장으로부터 죄송하다는 사과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

이씨는 “기업 차원에서 바로 사과하고 이 같은 부분을 어떻게 시정하겠다고 제시했다면 이렇게 화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차액 보상으로 이번 일을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다시 한 번 고객을 우롱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본사 관계자는 “2차 방문 시 담당직원의 부재로 다른 직원이 응대하면서 추가 확보 제품이 DP 상품이라는 점을 사전에 알리지 못해 고객분께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유선과 문자로 재차 사과했고 또한 차액 보상을 제시해 최선의 조치를 취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매장에서 DP로 인해 손상된 상품은 주기적으로 점장 및 담당직원들의 판단 아래 DP 손상품으로 분류, 보관한 후 본사에 반품하고 있다”면서 “중고품의 매장 판매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이처럼 명품의 콧대가 하늘을 찌르면서 명품 매장 직원들의 불친절도 도를 넘어섰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다. 또 진열용 제품을 제값에 파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직장인 강아영씨(29·여)는 “친구 선물로 조금 저렴한 액세서리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잠실 명품매장에 들렀다가 기분이 너무 나빴다”며 “가방처럼 수백만원대가 아닌 싼 제품이라 그런가 싶을 정도로 상품 정보를 물어봐도 귀찮은 듯 대답도 성의가 없어보여 그냥 나왔다”고 말했다.

주부 박순이씨(41·여)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박씨는 “가방을 구경하는데 함께 매장에 들어선 고객이 VIP인지 매장 직원들이 모두 그 여성 안내에만 급급한 나머지 내 자신이 머쓱할 정도였다”며 “얼굴이 화끈거려서 더 이상 둘러볼 수 없어 도망치다시피 나온 적이 있다”고 경험을 얘기했다.

한 명품 매장 관계자는 “장인이나 유명 디자이너의 작품이기 때문에 진열상품도 정품 그대로의 가격에 팔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재고 수량의 여유가 없을 경우 가끔 대응하기 곤란한 정도의 스크래치 제품을 손님들에게 팔 게 되는데 양심적으로 뜨끔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번 일을 통해 대기업 또는 해외명품들의 소비자에 대한 방만한 판매 행태에 경종을 울렸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조만간 이 사건과 관련해 현수막을 들고 강남일대를 걷거나 청담동 구찌 매장 앞에서 현수막 시위도 생각하고 있다”고 알려왔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Gucci)가 최근 구찌 청담동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선물받은 제품을 교환하러온 손님에게 진열용 상품을 아무 고지 없이 팔려고 했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또 이 같은 문제에서도 매장 직원이 안일하게 대처하면서 명품 직원들의 불친절 대응도 논란이 되고 있다. (제품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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