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심해지는 치질... 초기 ‘치핵’ 단계부터 적극 치료해야

찢어지면 ‘치열’ 염증 오래되면 ‘치루’ 가능성
종일 앉아 일하거나 육류 위주 식습관 가졌다면 치질 ‘빨간 불’
  • 등록 2023-12-13 오전 9:34:27

    수정 2023-12-13 오전 9:34:27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회사원 강 씨(41)는 아내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이 있다.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며 휴대전화로 이것저것 보다 보니 오래 앉아 있게 돼 변비가 생겼고 치질로 이어진 것이다.

치질의 초기증상은 피와 통증. 강 씨는 변을 보고 난 뒤 휴지에 피가 묻거나 잔변감과 함께 항문 주변의 가려움을 느꼈다. 시간이 지날수록 변기의 물이 빨갛게 될 정도로 출혈량이 늘었고 항문 내부의 혈관덩어리가 돌출돼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게 됐다.

치질이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강 씨처럼 치료에 소극적이다. 치질로 진료받기를 부끄러워하고 위생상 문제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결국 통증과 병을 키우는 결과를 낳는다. 하지만 치질은 초기에는 약물 처방 혹은 좌욕 등 관리를 통해 충분한 개선이 가능하다. 증상이 심화할수록 수술로만 치료를 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 대장항문외과 권윤혜 교수의 도움말로 치질에 대해 알아본다.

◇ 찬바람 불면 모세혈관 수축… 치핵 환자 급증

항문의 대표적인 질환으로 치핵, 치열, 치루가 있다. 치질은 항문 출혈과 항문 내부 덩어리가 나오는 치핵, 항문이 찢어지는 치열, 항문 주변 농양이 곪았다가 터지는 치루 모두를 말한다.

항문은 큰 혈관덩어리 3개와 작은 혈관덩어리들로 이뤄져 있다. 치핵은 이 혈관덩어리가 부풀어 오르면서 항문 밖으로 밀려 나오는 질환이다. 찬 곳에 오래 앉아 있거나 변비때문에 화장실에 오래 앉아 힘을 주는 압력 등의 원인으로 부풀어 오르는 것이다. 치핵은 위치에 따라 항문의 치상선(직장의 점막과 항문피부가 만나는 곳) 안쪽에 발생한 것이 내치핵(암치질), 치상선 밖에 생긴 것이 외치핵(수치질)이다. 실제로 전체 환자의 비율 중에는 내치핵이 20%, 외치핵이 10%를 차지하고 내치핵과 외치핵이 복합된 혼합치핵이 70%를 차지한다. 특히 치핵 환자들에게 겨울은 반갑지 않은 계절이다. 찬바람이 불면 급증하는 치질 환자는 대체로 치핵 환자들이다. 치핵은 기온이 낮아지면 모세혈관이 수축되면서 혈액순환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 치핵 증상별 단계

1기 : 배변 과정에서 피가 화장지에 묻어 나오는 경우

2기 : 배변 과정에서 치핵이 항문 밖으로 나왔다가 저절로 들어가는 경우

3기 : 배변 후 밖으로 나온 치핵이 손으로 밀어 넣어야 들어가는 경우

4기 : 배변 후 밖으로 나온 치핵이 손으로 밀어 넣어도 들어가지 않는 경우

권윤혜 교수는 “치핵 1기와 2기의 경우 좌욕 및 의약품 등의 보존적 치료를 통해 호전되기도 하지만 3기 이상의 경우는 상태에 따라 수술이 필요할 수 있으니 전문 의료진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심한 변비로 딱딱해진 변 … 항문 찢어지면 치열

치열은 딱딱한 변이나 심한 설사로 인해 배변 시 항문이 찢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배변 시 찌르는 듯한 통증이 특징이며, 배변 후 휴지로 닦을 때 피가 휴지나 변에 묻어 나오게 된다. 치열은 특히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욱 많이 나타난다. 급성 치열의 경우 좌변기에 오래 앉아있지 않고 좌욕을 자주하는 등 생활 속 노력만으로도 호전될 수 있다. 그러나 만성 치열은 항문 궤양으로 발전할 수 있고, 이를 방치할 경우 항문주위 농양이나 치루 등의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 염증성 장 질환 오래 앓았다면 치루 조심

치루는 항문 주위에 생기는 비정상적인 통로를 만드는 질환으로 항문 주변의 통증, 붓기, 고름 등 분비물과 출혈이 나타난다. 발병 원인은 대부분 치핵과 만성 설사, 염증성 장 질환, 항문 주위 농양 등에 의해 발생한다. 평소에 치루 증상을 느끼지 못한 환자도 과로나 과음, 심한 설사를 한 후에 염증이 생겨 항문이 아프다가 곪아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오래 두면 항문 주위에 개미굴처럼 복잡한 길이 뚫려 치료하기 어려워지고, 드물기는 하지만 치루암으로도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권 교수는 “매일 반복되는 배변활동을 통해 증상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가 진단을 통해 치료 여부를 판단할 수도 있지만, 부위의 특성상 치료에는 나서지 못하는 환자들이 대부분”이라며 “무엇보다 병원을 찾아 전문 진료를 받는 적극적인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치질 예방은 이렇게

△ 식습관 개선 = 과일, 채소, 해조류 등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한다. 섬유질을 섭취하지 않을 경우 대변의 양이 줄어 변을 볼 때 적은 양을 밀어내기 위해 더욱 많은 복압이 발생하고, 만성적인 설사 및 변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 배변 습관 개선 = 배변 시간은 5분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치질의 가장 주된 원인 중 하나는 좌변기에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이다. 배변 시간이 길어지면 항문 쪽 혈관의 압력이 올라가 울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 좌욕 = 하루 2회 최소 3분 이상 매일 좌욕을 한다. 치질 초기증상이 발생했을 때 좌욕을 하면 항문 주변 울혈을 풀어주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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