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국적 항공사간 인수 합병이 가시화하면서 방식에도 관심이 쏠린다.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이 합병될 경우 세계 10위 항공사가 탄생한다. 반면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 위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한항공이 경영권만을 획득하고, 두 항공사가 독립된 브랜드로 운영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1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은행인 산은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협의 중이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되면 아시아 최대, 세계 10위권 대형 항공사가 탄생하게 된다. 두 항공사의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19조6500억원, 보유 항공기 대수도 259대다.
관건은 인수합병의 형태다.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합병해 하나의 브랜드로 운영하거나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만을 획득한 뒤 두 항공사를 그대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항공산업은 네트워크 싸움으로 그간 한국의 국적항공사는 나라의 지위에 맞지 않는 비교적 작은 규모였다”며 “합병을 통해 하나의 브랜드로 통합될 경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어 수익구조를 개선하고, 세계 항공사와 경쟁할 수 있는 등 다양한 장점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실제 미국 항공사 M&A는 합병의 형태로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08명 당시 세계 3위 항공사인 델타항공과 세계 5위 노스트웨스트 항공사는 ‘델타항공’으로 합병하면서 전 세계 1위 항공사로 단숨에 뛰어오른 바 있다. 이어 2010년 미국 유나이티드 항공과 콘티넨탈 항공이 ‘유나이티드 항공’이라는 이름으로 합병을 선택하면서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해 델타항공이 지켜왔던 1위 항공사 자리를 탈환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주식을 취득한 뒤 경영권만을 얻는 방식을 취할 것이란 예측을 내놓기도 한다. 특히 이번 ‘빅 딜’의 주체가 산업은행이라는 점에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합병 대신 고용 안정성이 보장되는 방식으로 가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항공사 간 인수가 활발한 유럽에서는 합병 대신 경영권만을 획득하는 방식이 활발하다. 2004년 프랑스 항공사가 네덜란드 항공사인 KLM을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정부가 고용 안정성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한다는 점에서 구조조정이 동반되는 합병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고용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유럽식 인수 방식을 놓고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