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재만 기자] 업황 부진에 신음하는 해운사들이 또 다른 악재를 만났다. 금융회사들이 실적 악화를 이유로 해운사에 대한 대출 조건을 엄격히 적용하는 데다 주요 고객인
포스코(005490)가 해운업 진출을 타진하고 있어서다.
포스코는 매년 물류비로만 2조7000억원을 쓰는 대형 화주. 당연히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은 국내 주요 선사들에게 쇼크가 될 전망이다.
선주협회는 최근 `해운업 위기극복을 위해 금융권이 협조해 달라`는 건의문을 냈다. 선주협회 관계자는 "지난달 회원사를 상대로 애로사항을 조사했는데 `금융권 대출규제`가 첫손에 꼽혔다"고 저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실제로 금융기관들은 해운사에 대한 신규 금융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고, 기존 금융의 조기 상환은 물론 추가 담보를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협회는 선박금융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선주협회 관계자는 "업황이 나쁠 때 비교적 싼 값에 배를 늘리고 호황기에 대비해야 하는데 금융권의 해운업 이해도가 낮아 문제"라면서 "IMF 위기 때에도 금융사의 요구에 선박을 대거 매각해 호황기에 손가락만 빤 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 외적으로는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 가능성이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포스코는 계열사
대우인터내셔널(047050)을 통해 대우로지스틱스의 기업회생 사모펀드에 투자, 지분 20.27%를 확보했다. 포스코는 "계열사의 투자일뿐 해운업 진출은 아니다"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포스코가 직접 대우로지스틱스 인수를 추진한 바 있어 업계의 우려는 크다.
포스코, 한국전력 등은 해운업에 대한 영향력이 워낙 큰 탓에 법적으로 진출이 제한돼 있다. 해운법 24조엔 `원유, 제철원료, 액화가스 등 대량화물의 화주가 해운업 등록을 하려면 정책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해운업계 인사들로 구성된 정책자문위원회가 불공정거래의 소지가 없는지 판단하는 것. 또 보유 가능한 해운사 지분도 30%로 제한되어 있다.
선주협회가 지난 6월 개최한 워크숍에선 "일부 대형 화주가 해운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전문 해운선사들의 생산성이 더 효율적임을 입증하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선주협회는 오는 16일 특별세미나를 연다. 이 자리에서는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 금융사들의 해운사 지원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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