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중국은 벌써 전기차, 한국은 여전히 소형차

  • 등록 2016-04-26 오전 9:35:04

    수정 2016-04-26 오전 9:35:04

[이데일리 신정은 기자] “중국 완성차 업체의 기술력이 정말 놀랍게 발전했네요” 지난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막한 ‘2016베이징 모터쇼’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다. 모터쇼를 둘러본 차업계 관계자들은 물론 국내 완성차 업체 최고경영자(CEO)까지 중국의 기술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베이징 모터쇼는 진화하는 전기차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무대였다. 대부분 완성차들은 전시장에 파란색 선을 긋고 1~2대의 전기차를 전시했다. 창안자동차, 상하이자동차, BYD(비야디), 제일자동차 등 중국 대표 토종업체들은 모두 자체 개발한 전기차를 공개했다. 생소한 중국 브랜드들도 언제 양산될지 모르는 전기차를 대거 선보였다.

중국 정부가 전기차 개발에 큰 힘을 실어주고 있는 모습을 방증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오는 2020년까지 전기차 500만대를 생산하고 충전소 1만2000곳, 충전기 480만대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해외 완성차들도 저마다 개발된 전기차를 전시관 앞쪽으로 배치했다. 폭스바겐은 콘셉트카 버디(Budd-e)를 선보였다. 버디는 장거리 운행이 가능하면서도 다양한 사용성을 갖춘 전기차다. BMW는 대표 전기차 i8를 전시하고,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 740Le i퍼포먼스를 아시아 최초로 공개했다.

이런 흐름 속에 국내 업체의 전시 차량은 턱없이 빈약했다. 현대·기아차는 친환경 전용모델 니로와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를 출시하며 체면치레를 하는 정도였다.

현대자동차(005380)는 아이오닉 전기차(EV)가 국내에서 출시됐음에도 이를 공개하지 않았고 오히려 베르나 콘셉트카(국내명 엑센트, 현지명 위에나)라는 소형차를 전면에 내세웠다. 한류스타 지드래곤(GD)이 모델로 등장하며 현지 언론의 관심을 한몸에 받긴 했지만, 자동차 기술로는 눈길을 끌지 못했다 게 현장 관계자들의 목소리였다.

기아자동차(000270)도 K3터보를 내놓으며 대중 모델에 더 공들인 모습이었다. 그나마 전시된 쏘울 EV 한 대도 구석에 자리 잡아 눈에 잘 띄지 않았다.

베이징 모터쇼를 둘러보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눈앞에 보이는 판매량에만 너무 급급했던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자동차 업체의 가장 큰 과제가 판매 대수라지만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은 잠시라도 멈추면 안 된다. 지금 당장 판매량을 늘리겠다고 이미 가진 기술도 선보이지 않은 마케팅 전략은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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