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3자회담'.. 검찰총장 사퇴·국정원 개혁 난제

  • 등록 2013-09-15 오후 6:01:49

    수정 2013-09-15 오후 6:01:49

[이데일리 박수익 이도형 기자] “대통령께서는 야당을 정치파트너로 삼지 않고 무시를 계속해 왔다.”(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상대방의 정통성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동안 한나라당이 국민에 의한 선거를 여러 번 거치면서 정통성 시비를 하지 말자고 했다.”(노무현 대통령)

“앞으로 아예 (연정하자는) 그런 말씀을 꺼내지 마셨으면 좋겠다. 더 이상 말씀을 꺼내시지 않는 것으로 알고 가겠다. ”(박근혜 대표)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인 2005년 9월 7일. 고 노무현 대통령의 제안으로 이뤄진 대통령과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은 말 그대로 평행선의 연속이었다. 당시 박 대통령은 한치의 물러섬 없이 강경한 어조로 2시간 30분간 테이블 너머 노 대통령을 마주했고, 핵심의제인 연정 제안은 물론 경제·남북관계 등 모든 의제에서 단 하나의 합의도 이루지 못했다.

이번에는 ‘공수’가 뒤바뀐 채 또 한번 회담정치라는 밥상이 차려졌다. ‘야당을 무시하지 말라’, ‘정통성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당시 대화내용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여야간 핵심 공방내용이다.

이번에는 당시와 달리 여당대표까지 참여하는 3자회동 형식이지만, 스포트라이트는 단연 박 대통령과 김한길 민주당 대표에게로 모아진다. 8년 전 날카로운 창을 들었던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에는 채동욱 검찰총장 사태와 국정원 개혁을 강하게 요구하는 야당대표의 ‘배수진’에 대응해야 하는 위치가 됐다.

역대 영수회담이 그랬듯이 정국대치를 풀 수 있는 분수령이 될 이번 회담이 8년 전처럼 치열한 공방 속에 ‘만남’ 자체에만 의미를 두고 말 것인지, 대승적 합의를 바탕으로 대치정국을 극적으로 봉합할 수 있을지 정가는 물론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野 “검찰총장 사퇴 입장 요구”.. 회담성패 좌우할 듯

8년전 영수회담의 최우선 의제가 ‘대연정’이었다면, 이번 회담에서는 권력기관의 정치개입 논란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특히 야당에서는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에 따른 외압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며 회담 전부터 ‘각’을 단단히 세우는 모습이다.

애초 청와대가 3자회동을 제안하면서 ‘국정 전반의 문제와 현재의 문제점 등’이라고 폭넓은 의제를 제시했지만, 회담 초반부에 야당이 강조하는 국정원 개혁과 채 총장 사퇴 문제에 대한 입장정리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다른 의제로 넘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란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회담의 주요 의제는 국정원 등 기관의 정치개입 폐해가 돼야 한다. 검찰총장 사퇴 문제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못 박았다. 특히 김 대표가 “채 총장 사퇴에 대한 분명한 답변을 대통령이 준비해줘야 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검찰총장 문제가 회담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민주당은 검찰의 국정원 선거개입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사실 증명도 되지 않은 ‘혼외자식’ 유무 논란으로 법무부가 채 총장에 대한 감찰에 착수한 것은 ‘청와대와 국정원의 검찰 흔들기’라고 확신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청와대는 김 대표의 회견에 앞서 “채동욱 총장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고 진실 규명이 우선”이라며 야당의 공세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채 총장의 사퇴 발단이 된 ‘혼외자식’ 유무 논란이 진상이 규명되기도 전에 민주당이 정치적으로 이용해선 안된다는 강력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번 사태는) 공직자 윤리의 문제지 검찰의 독립성 문제가 아니다”라며 “오히려 검찰의 신뢰와 명예 문제”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도 “공직자 개인의 윤리의혹에 관한 문제“(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라며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채 총장 사퇴이후 김윤상 대검 감찰1과장이 사표를 내고 평검사 회의가 잇따르는 등 검찰 내부에선 동요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결국 박 대통령이 이번 청와대 발표와 비슷한 수준의 언급만을 내놓을 경우, 김 대표로선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김 대표는 앞서 “검찰총장을 사퇴시킨 반(反) 법치주의 행태는 대통령의 재가 없이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대통령 직접 사과·남재준 해임 수용 어려울 듯

앞서 김 대표는 3자회담을 수용하면서 크게 두 가지를 강조했다.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 국정원 정치개입 악습에 대한 인적·제도적 청산 등이다. 이중 인적청산은 남재준 국정원장의 해임을의미하는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포괄적 유감’을 표명할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한 바 있지만 청와대는 강력히 부인했다. 박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는 것은 정권의 정통성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야당의 ‘입맛’에 맞는 언급을 내놓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신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도움받은 적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는 가운데 다시한번 국정원의 자체 개혁을 독려하고, 미비점은 국회에서 보완해달라는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김 대표가 강조한 국정원의 인적 청산 문제 역시 박 대통령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민주당이 남 원장의 주된 해임사유로 꼽고 있는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와 관련, 차제에 서해북방한계선(NLL) 부분을 확실히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박 대통령으로선 야당대표를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민주당에 장외투쟁 중단의 명분을 만들어 주기 위해 ‘수용 가능한 수준’의 복안을 마련하고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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