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샤프 끌어안은 삼성 `여러모로 남는 장사'

적은 돈으로 샤프 앞선 기술력 습득
OLED 개발 여력생겨..애플 견제도
  • 등록 2013-03-06 오전 11:09:14

    수정 2013-03-06 오후 1:49:25

[이데일리 임일곤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일본 샤프와 자본제휴를 추진하려는 것은 샤프의 앞선 디스플레이 기술을 확보함과 동시에 부품 거래선을 다변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막대한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 삼성전자로서는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샤프를 큰돈 들이지 않고 끌어올 수 있게 됐으며, 차세대 디스플레이 사업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여력도 생겨 여러 가지로 이득이라는 분석이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중으로 샤프에 100억엔(약 1167억원)을 출자할 계획이다. 양사는 이날 오후 4시경에 이 같은 내용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100억엔을 출자하면 샤프 지분 3%를 취득하게 되는데 실질적인 5대 주주가 된다. 샤프 주주 가운데 은행 등 금융기관을 제외하면 삼성전자가 가장 상위의 주주로 올라선다. TV와 반도체분야 등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온 한국과 일본의 간판 전자업체들이 자본제휴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로서는 비교적 적은 돈으로 샤프를 끌어안음으로써 다양한 이득을 취할 수 있게 됐다. 작년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은 약 37조원이다.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샤프가 금융권으로부터 자본조달이 어려우니 제조업체 가운데 관심을 보일 만한 곳에 러브콜을 보냈다”라며 “삼성전자 입장에선 기술력이 있는 샤프가 다른 경쟁사에 넘어가는 것을 지켜보느니 적은 돈을 들여 손을 잡는 게 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샤프는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공장 가동률이 부진해지면서 경영난에 빠지자 대만 혼하이정밀과 미국 퀄컴 등 제조사들을 상대로 자본 유치 협상을 벌여왔다. 샤프는 절전형 디스플레이 기술인 ‘옥사이드’ 공법을 갖고 있는데다 LCD 분야에서도 기존 8세대 이하보다 가격경쟁력을 가진 10세대 공장을 갖고 있어 글로벌 제조사들이 군침을 흘렸다. 샤프는 혼하이 등과 제휴 협상이 틀어졌는데 삼성전자가 그 틈을 타고 손을 내민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이번 협력으로 샤프의 LCD 패널을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게 됐으며 앞선 기술력도 습득할 수 있게 됐다. 부품 공급선 다변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받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여력도 생겼다. 샤프로부터 TV용 대형 LCD 패널을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게 돼 OLED 개발과 양산에 더욱 신경을 쏟을 수 있는 것이다.

글로벌 최대 경쟁사인 애플을 견제할 수도 있다. 샤프는 TV용 디스플레이 외에도 모바일 기기용 패널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샤프의 미에현 카메야마시 제 1공장에선 애플 아이폰용 패널을 주로 생산해 ‘애플의 전용공장’이라고 불리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제휴로 애플 제품 정보가 삼성전자 쪽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어 샤프와 애플간 거래의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샤프는 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TV용 32인치 패널의 일부를 삼성전자에 공급해왔다. 이번 자본 제휴로 샤프의 재정 상황이 개선되면 TV를 포함한 스마트폰용 액정패널 주요 공급처는 삼성전자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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