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봉 ‘쿠데타’ 주역 대통령 취임…봉고 부자 세습 56년 끝나나

군부 “오는 4일 헌법재판소서 취임식” 발표
야권 반발 변수…“우리 후보 승리 인정” 주장
  • 등록 2023-09-01 오전 9:50:39

    수정 2023-09-01 오전 9:56:15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아프리카 중부의 가봉에서 쿠데타가 일어난 가운데 군부 지도자 브리스 올리귀 은구마 장군이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알리 봉고 온딤바 대통령을 축출한 군부가 대통령에 취임하면 봉고 대통령 부자의 56년 장기 집권도 막을 내리게 될 전망이다.

공화국 수비대 사령관인 브리스 올리귀 은구마 장군(AFP 사진)
31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에 따르면 가봉 군부가 주도하는 과도 국가재건위원회(CTRI)는 국영방송을 통해 위원장인 은구마 장군이 과도 대통령으로 취임한다고 밝혔다. 취임식은 오는 4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릴 예정이다.

군부 측 대변인인 울리히 만품비 만품비아 대령은 “우리는 국내와 해외에서 모든 약속을 지킬 것이며, 과도 기관들을 단계적으로 설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봉 군부는 쿠데타를 정당화하는 주장을 밝혔다. 공화국 수비대 사령관 출신인 은구마 장군은 전날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봉고 대통령은 헌법을 위반해 3선을 하려 했다”며 “쿠데타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다들 큰 불만이 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고 결국 군대가 그 책임을 떠안았다”고 덧붙였다.

은구마 장군이 대통령에 취임하면 56년간 세습한 봉고 대통령 부자의 장기 집권은 마침표를 찍게 될 전망이다. 봉고 대통령은 2009년부터 14년간, 그의 아버지인 오마르 봉고 전 대통령은 1967년부터 2009년까지 42년간 집권했다.

가택 구금 된 알리 봉고 가봉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영상 메시지를 통해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현재 봉고 대통령은 군부에 의해 반역 혐의로 체포돼 가택 구금 중이다. 봉고 대통령의 아들 등 가족도 같은 혐의로 체포했다. 구금 소셜미디어에 공개한 영상을 통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나와 내 가족을 위해 항의의 목소리를 내 달라”고 도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앞서 가봉 군부는 지난 30일(현지시간) 대선 개표 결과 봉고 대통령이 64%의 득표율로 3연임이 확정되자 “선거 결과는 신뢰할 수 없어 모두 무효”라고 선언하며, “모든 권력을 장악한다”고 밝혔다. 또 “모든 국가기관을 해산하며 추가 통지가 있을 때까지 국경을 폐쇄하겠다”고도 했다. 이후 군부 주도의 과도 국개재건위원회를 출범하고 은구마 장군을 새 지도자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봉고 대통령을 향한 쿠데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봉고 대통령은 2018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해외에서 5개월간 요양하다 쿠데타를 겪기도 했는데 당시 핵심 주동자들이 사살·체포되며 수시간 만에 진압됐다.

이런 가운데 가봉 야권의 반발은 변수다. 야권 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최근 대선에서 발생한 부정선거 의혹을 해소하고, 야권 후보의 승리를 인정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새로운 군부 지도자가 책임감을 느끼고 최상의 해법을 찾기 위한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55개 아프리카 국가가 참여하는 아프리카연합(AU)은 “우리는 알리 봉고 대통령을 축출한 군부의 권력 장악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가봉의 활동을 정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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