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서울에서 처음으로 뉴타운 계획이 취소된 지역이 나왔다.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창신·숭인 뉴타운이 지구 지정 6년 만에 해제 절차에 들어간다. 서울시내 35개 뉴타운 중 지구 전체가 해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지역은 서울 종로구 창신동 일대 84만6100㎡ 규모다.
창신·숭인 뉴타운 지구 는 14개 구역으로 구성됐는데 이 가운데 창신 7~10, 12구역과 숭인 1~2구역 등 7개 구역이 지난 4월 구역 해제를 신청해 지구 해제 절차에 들어갔다. 시는 이달 주민공람 등을 거쳐 오는 8월 재정비위원회 심의를 받고 지구 해제를 고시할 예정이다. 해제 고시 뒤 각 구역은 지구 지정 이전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만약 이들 7개 구역의 뉴타운 계획이 취소되면 창신 숭인 전체 뉴타운 지구 면적에서 절반 가량이 해제되고 나머지 지구 면적이 약 40만㎡에 불과하게 된다. 이럴 경우 나머지 면적이 관련법상 뉴타운의 최소 면적기준인 50만㎡ 에 미달돼 자동으로 지구 전체가 해제된 것이다.
이번에 해제 절차에 들어간 창신 숭인 뉴타운 내 7개 구역은 사업 주체가 없어 지난해 10월부터 실태조사를 실시해 주민 30% 이상 동의를 받고 구역 해제를 신청했었다.
창신·숭인 뉴타운은 지난 2007년 4월 뉴타운 지구로 지정됐지만 지구 내 14개 촉진구역 중 13개 구역이 추진위원회조차 구성하지 못한 채 사실상 사업이 중단된 바 있다. 특히 이 지역에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동대문 의류상가에 납품하는 소규모 봉제업체가 밀집해있는데 뉴타운 사업이 진행될 경우 분담금 부담 여력이 없는 원주민이나 세입자들은 이 지역을 떠날 가능성이 높아 동대문 의류상가의 봉제산업 구도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의 영세 건물주와 세입자들도 그동안 사업 추진을 반대해 왔다.
서울시는 뉴타운 계획이 취소될 경우 이 지역에 봉제업체 활성화를 위해 동대문 상권과 연계한 산업관광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봉제박물관, 특화거리, 서울 성곽길과 연계한 관광코스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아울러 해제를 신청하지 않은 나머지 7개 구역은 주민이 원할 경우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받고 일반 정비사업으로 전환해 기존 사업을 이어갈 수 있게 한다는 게 시의 방침이다.
이건기 시 주택정책실장은 “창신·숭인 지구는 그간 재산권 행사에 제한을 받은 주민들이 지구 해제라는 결과를 얻어 낸 최초의 뉴타운”이라며 “주민 생활과 주거안정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