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반 대우증권의 리테일사업을 맡고 있는 이영창 전무를 호출한 임기영 사장이 대뜸 질문을 던졌다.
이 전무가 리테일사업을 맡은지 몇달 지나지도 않았던 시점이었다. 이 전무는 잠시 답을 미루고 머뭇거렸다.
당시 대우증권의 리테일 사업은 외형으로만 보면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누구나 인정하는 증권업계의 선두주자였다. 대우증권의 이익 창출능력에 대한 업계의 호평도 여전했다.
임기영 사장이 다시 물었다.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했을때 우리가 정말로 잘하고 있는 겁니까?"
이영창 전무는 역시 즉답을 하지 못했다. 임 사장은 말했다. "지금까지 우리 리테일 영업은 고객이 아니라 회사를 중심으로 이뤄져 왔습니다. 회사의 수익이 우선이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변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임 사장은 대우증권 리테일사업의 `혁신`을 요구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근본에서부터 다시 고민해보라는 지시였다.
이 전무는 "지금 대우에서 시도하고 있는 변화들은 과거 다른 사장들도 모두 원했지만 실제 실천으로 옮기지 못했던 일"이라며 "기존의 리테일과 개념부터 다른 리테일문화를 만들고, 정착시키겠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열정을 깨워라..보다 긴 호흡으로 본다` 그동안 대우증권 영업의 무게중심은 단기 성과를 지향하는 브로커리지 분야에 쏠려 있었다. 40년이라는 오랜 업력을 자랑하는 만큼 브로커리지 분야에서의 위치는 확고했다. 위치가 확고했던 만큼 상대적으로 그에 집중하는 구조가 반복돼 왔다. 눈앞에 당장 쉽게 갈 수 있는 길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그동안의 리테일사업 전략이 큰 변화들이 생기고 있고, 이미 상당부분은 진행됐다. 시장이 이미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선두 증권사로서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브로커리지 분야도 증권사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낮은 수수료율, 랩 어카운트 시장의 급성장 등으로 인해 과거와 같은 수익성을 담보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역시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다.
때문에 대우증권은 우선 본연의 강점인 브로커리지 분야를 기반으로 고객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브로커리지야 말로 다른 증권사나 은행들에 비해 더 잘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과거에 소홀했던 부분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긴 안목과 호흡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대우증권의 IB와 세일즈&트레이딩 부문에서 생성된 상품을 소화하는 역할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리테일과 IB, 세일즈&트레이딩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킬 경우 결국 그 혜택은 바로 대우증권의 고객들에게 돌아갈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전무는 "단기적으로 수익에 집중하지 않고, 같은 돈을 벌더라도 고객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겠다"라며 "단순히 회사의 이익을 높이기 위해 고객들을 대하지 않고 평생 이어질 수 있는 신뢰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몸풀기는 끝났다..강남에서 한판 붙자`
수익 포트폴리오가 다각화되면서 대부분의 분야에서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춰가고 있다는 평가가 가능한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말 총자산은 전년에 비해 6조원 가량 순증했다. 특히 자산관리분야 자산이 3조원이상 늘어났다.
대우증권은 올해 개인 금융자산 10조원을 늘리는 것이 목표로 잡고 있다. 승부처는 역시 강남지역이다. 강남은 국내 개인금융자산과 거액자산가들이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등 증권뿐 아니라 은행 등 금융권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대우증권 역시 지난해 상반기까지 강남권에만 `PB Class 갤러리아` 등 6개 지점을 신설했다. 국내 최고 PB인력도 영입하는 한편 본사에 PB컨설팅팀을 구성해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VVIP 특화 마케팅도 강화했다.
올해도 역시 강남지역에서 승부를 걸 계획이다. 이를위해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강남본부를 담당으로 격상하고 2개의 본부로 분리했다. 경기본부에 소속됐던 분당지역 3개 지점도 강남본부로 편입시켰다. 본사에서는 리테일 투자전략컨설팅부, 고객전략부, 영업프로세스개발부 등이 고객분석과 전략 등을 수립해 지원하게 된다.
이영창 전무는 "올해 강남지역에서 적어도 5조원 이상의 자산 증가를 이뤄낸다는 목표"라며 "쉽지않겠지만 대우가 가지고 있는 강점들을 활용한다면 가능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 관련기사 ◀ ☞[리테일 革新]대우證③"톡톡 튀는 상품, 여기서 나오죠" ☞[리테일 革新]대우證②"평생가는 신뢰 쌓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