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현대·기아차의 자기반성 `눈길`

"중국사업 총체적 전략수립·조직 재정비 필요"
"어려운 때 가격으로만 대응" 中딜러 지적에 반성
  • 등록 2007-11-20 오전 11:44:18

    수정 2007-11-20 오후 2:39:58

[이데일리 양효석기자] 지난 6일 경기도 화성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설계2동. 왠만한 멀티플랙스 영화관보다 더 넓은 대강당에 남양연구소 임직원 350여명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앉았다.

현대차 연구개발총괄본부가 외부 비공개로 개최한 `중국시장 현지화 포럼` 자리다. 여느때 같으면 `편안한 마음으로 강연 한번 듣고 갈까`했을 법도 했지만, 이날은 분위기가 완전 달랐다.

올해 1∼9월중 중국 자동차시장은 전년대비 27%나 성장했는데 반해, 현대차(005380)기아차(000270)의 중국판매 순위는 추풍낙엽처럼 떨어졌기 때문이다.

베이징현대는 2005년 상하이GM·상하이VW(폭스바겐)·이치VW에 이어 판매순위 4위를 기록했지만, 2006년 5위로 밀려나더니 올해는 9월말 현재 8위를 기록중이다. 기아차도 2005년 판매순위 12위에서 올해는 18위로 밀렸다.

이날 포럼 강사로 초빙된 현대차(중국)유한공사 연구개발부 한 임원은 중국 판매부진 원인을 주력모델 노후와 상품운영 전략부족으로 꼽았다.

그는 특히 "중국 현지 딜러들 사이에서 `베이징현대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마다 가격(인하)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시장에서의 신뢰상실 및 브랜드 이미지 악화가 판매부진으로 이어졌다"고 내부진단을 공개했다.

도요타는 이미 중국형 캠리 개발로 판매를 활성화하고, 98년부터 부품 현지화를 통해 성공적인 중국전략을 전개하고 있지만, 현대차는 대응이 늦었다는 분석이다.

GM의 경우도 시보레·뷰익·캐딜락 등 차급별 브랜드를 운용해 차별적으로 중국시장을 공략하며, 내년도 1500명 규모의 신기술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적극적인 현지 연구개발(R&D)을 운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혼다는 판매량 보다는 영업이익 최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신형 어코드·시빅 하이브리드 등 중국내 신차도 조기 도입하면서 실속형 현지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며 경쟁사별 강점을 소개했다.

이에 따라, 그는 "현대·기아차가 중국사업에 대한 총체적인 전략수립과 조직 재정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시장에 대해 과감하게 발상을 전환, 중요 기능을 적극적으로 현지화하고 도요타처럼 서두르지 않으면서 큰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을 수립해야만 한다는 자기비판이자 강력한 의지표시다.

이같은 분석 아래, 현대·기아차는 올 연말부터 내년까지 중국시장에서 신차종 5개 모델을 연이어 선보이며 판매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특히 중국 소비자와 중국내 자동차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 중국인의 기호와 감성을 반영해 만든 현지형 모델(중국형 아반떼·중국형 쎄라토)출시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로 했다.

올해말 기아차 중국2공장과 함께 내년 4월 현대차 중국2공장이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가는 만큼, 현대·기아차가 과연 신차종 투입과 마케팅 강화를 앞세워 내년도 판매순위에서 얼마만큼 도약할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 관련기사 ◀
☞현대·기아차 "거대 中시장, 내년 집중공략"(상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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