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硏, 미혼남 10명 중 4명은 초식남.."결혼이 어렵다"

배우자 직업 중시..결혼자금 부모에게 의존적
육식녀 등장에 남녀 결혼관 격차 크게 벌어져
  • 등록 2013-08-21 오전 11:07:24

    수정 2013-08-21 오후 1:14:41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우리나라 미혼 남성 10명 중 4명은 자신이 초식남 성향을 갖고 있다고 인식했다. 초식남은 연애에 소극적이고 외부 활동보다는 방 안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의 남성으로 가부장적인 남성과는 정 반대의 성향을 띤다.

최근 초식남이 증가하고 있는데다 이와 반대의 성향을 가진 육식녀의 등장으로 미혼 남녀의 결혼관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는 민간연구소의 분석이 나왔다. 육식녀는 연애에 적극적이고 남성에게 먼저 고백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성향의 여성을 말한다.

21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결혼관 혼란을 가중시키는 초식남과 육식녀’라는 제하의 보고서에 따르면 7월말 전국 성인 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를 한 결과 미혼남성의 43.1%가 자신이 초식남 성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업무 부담 등으로 연애할 시간을 만들지 못하거나 경제적 여유가 없어 초식남화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연애보다 자기 자신에게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것을 더 가치 있게 생각하는 등 자기애가 강한 남성들이 늘어난 것도 초식남이 많아진 이유다.

일반 남성이 배우자를 선택할 때 성격을 가장 우선시하는 것에 비해 이들은 직업, 연봉을 우선시했다. 일반 남성이 주택 구입 등 결혼자금 마련 때문에 결혼을 꺼리게 된다고 답변한 데 비해 이들은 자유로운 독신의 삶을 즐기고 싶어서라고 답변했다. 결혼비용 마련에 대해 부모님에게 좀 더 의존적인 성향을 띠었다. 또 결혼을 못하거나 결혼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일반 남성보다 더 걱정했다.

최근 들어 이러한 초식남과 반대의 성향을 띠고 있는 육식녀도 증가하면서 남녀 결혼관에 대한 인식 차이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미혼 여성의 33.8%가 자신이 육식녀 성향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높아지면서 여성 권익과 자신감이 상승해 육식녀가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일반 여성에 비해 배우자를 볼 때 학력, 상대집안의 경제력을 우선시했고, 주택 구입 등 결혼 자금 때문에 결혼을 꺼리는 성향이 더 강했다.

장후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혼 남녀의 결혼관에 대한 인식 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초식남이 늘어나면서 더 크게 벌어지고 있다”며 “이에 대한 통계자료를 마련하고 이들이 결혼, 출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부분의 미혼 남녀는 취업 후 평균 5년은 벌어야 결혼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맞벌이를 선호했다. 신혼집은 최소 20평형대 전세를 원했다. 배우자가 자신과 비슷한 학력을 갖길 바라는 경우가 많았고 나이는 고려하지 않았다. 남성은 여성배우자가 최소 연 2600만원, 여성은 남성배우자가 3700만원 가량을 벌긴 선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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