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하이닉스 매각]①`구사주 벽` 못넘은 현대중공업

인수 명분 보강 실패..정치적 특혜론 부담
업황 둔화·자금 소요 등 현실적 이유도 거론
  • 등록 2011-07-06 오전 11:33:01

    수정 2011-07-06 오전 11:03:51

마켓in | 이 기사는 07월 06일 11시 03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김세형 기자] 현대중공업(009540)이 하이닉스 인수전 불참을 선언했다. 옛 계열사를 되찾으려 한다는 외부의 따가운 시선을 결국 넘지 못했다. 하이닉스를 인수해야 하는 확실한 명분을 찾지 못한 것이다. 반도체 업황이 악화 국면에 들어서는 반면 매년 조단위 자금을 쏟아 부어야 한다는 현실적 부담도 손을 들게 만든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 희석되지 않은 구사주 색채 지난달초 하이닉스 인수설이 불거졌을 당시 현대중공업은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종전 노코멘트로 일관하던 데서 하이닉스에 관심이 있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IB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옛 계열사를 되찾으려 하는게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자금력을 갖춘 현대중공업이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태양광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명분이 안팎으로 흘러나왔지만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는 실패했다.

특히 맏형 정몽구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되찾아온 직후라 오너인 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 역시 그것을 의식하지 않았겠느냐는 시각이 설득력을 가졌다. 현대오일뱅크 인수는 물론 사업적 시너지가 의문인 현대그룹을 적대적으로 인수하려던 전력도 부정적인 시각의 배경이 됐다.

실제 현대중공업 실무진에서는 반대의견이 컸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위에서 시키니까 검토하고 있다`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흘러 나왔다. 주주들 역시 시너지에 의문을 표시하면서 강력히 반대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인수전 참여해도 인수 보장 가능성 없어

생각해 봐야 할 점은 더 있다. 안팎의 반대를 무릅쓰고 인수전에 참여했을 경우 하이닉스 인수가 보장되느냐 여부다. 하이닉스 채권단은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으로의 매각이 여론의 극심한 반대에 막혀 실패한 뒤 사실상 국내 대기업에 넘기기 위해 전력을 다해 왔다. 삼성그룹을 제외한 모든 그룹에 추파를 던졌다.

관심이 없지 않고 자금력도 있는 현대중공업은 채권단 입장에서 안성맞춤의 인수 후보였다. 현대중공업의 인수 가능성 역시 어느 때보다 높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걸림돌이 없는 게 아니다.

채권단은 하이닉스 입찰에 현대중공업이 단독으로 참여할 경우 입찰을 계속 진행해야 하는 지 여부를 놓고 의견일치를 보지 못했고 점점 상황은 단독 입찰시 시간을 좀 더 갖고 추가 입찰자를 찾겠다는 쪽으로 굳어가고 있다. 정몽준 전 대표는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권 주자중 한명이다. 구사주라는 원죄에다 특혜 시비마저 불거질 우려를 생각치 않을 수가 없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으로서는 여론과 주주의 따가운 시선속에서 참여했는 데도 불구하고 추가 후보자가 있을 경우 또다른 경쟁에 휘말릴 가능성마저 있는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으로서는 괜히 발을 담근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반도체 업황마저 꺾여 2008년 하반기 효성이 하이닉스를 인수한다고 했을 때 역시 시너지 문제가 대두됐고 주가 폭락에 효성은 결국 인수 의사를 꺾었다. 하지만 하이닉스는 아이폰 출시 등 IT 업황 호조 등에 힘입어 보란 듯이 최고 실적을 냈다. 자체 생존력이 어느 정도 검증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는 그때 효성에 팔았어야 하는 데 하는 이야기마저 나왔다.

하지만 하이닉스는 현재 다시 반도체 업황이 악화 국면으로 빠져 들고 있어 섣불리 인수하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 고위층은 최근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들을 불러 반도체 사업 자체와 업황에 대해 설명을 들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 자리에서 하이닉스가 반도체 업황 둔화로 하반기 적자를 볼 가능성이 있고 반도체 업황 둔화도 내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특성상 매년 조단위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하이닉스가 반도체 2위라는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3조원 이상의 투자가 지속돼야 할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삼성전자와 경쟁하기 위해서라면 그보다 더 큰 금액이 추가로 들어가야 한다. 당장 인수하자마자 적자를 볼 가능성이 높은 반면 조단위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도 현대중공업으로 하여금 인수 포기 선언을 하게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 관련기사 ◀ ☞현대重, 하이닉스 인수전 불참.."이미 예상했던 일" ☞현대重 "하이닉스 인수 시너지 없다 판단" ☞조선 빅3, `탈(脫)조선` 깃발..`신사업 속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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