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응찬 회장 "거취 고민하고 있다..동반퇴진 어려워"

"차명계좌 과거 관행이 나도 모르는 사이 이어져"
"자문료 사용 및 비자금, 나와 관계없는 일"
  • 등록 2010-10-11 오전 10:00:00

    수정 2010-10-11 오전 10:32:11

[이데일리 원정희 이준기 기자] 라응찬 신한금융지주(055550) 회장(사진)은 11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 방침을 통보받은 이후 "거취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라 회장을 비롯한 신상훈 사장, 이백순 행장 등 최고경영진 3인방의 동반퇴진 여부에 대해선 "혼란기에 동반퇴진은 쉽지 않다"며 "조직안정과 발전을 걱정할 수 밖에 없고, 누군가는 수습해야 한다"고 답해 사실상 동반퇴진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다.

라 회장은 이날 오전 9시께 서울 남대문로 신한금융 본점 로비에서 기자들과 만나 거취를 결정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조직안정과 발전을 위해 (금융당국을) 설득하면서 입장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의 인정 여부에 대해선 "상세한 자료를 당국에 제출하고 있다"며 "감독원이 나중에 판단할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차명계좌를 왜 개설했느냐는 질문에는 "옛날에 했던 게, 밑에 시켰던 게 관행적, 습관적으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어져왔다"고 해명했다. 실명제법 도입 이전에 직원들에 자금관리를 맡겼던 것이 실명제법 도입 이후에도 관행적으로 이어져왔다는 설명이다.

라 회장은 비자금과 자문료 15억원의 사용 혐의에 대해선 "신 사장이 뭐라고 했는진 모르겠지만 나하곤 관계없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그는 또 "후계구도에 대해선 이사회에서 조직안정과 발전을 위해 충분히 논의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아직까지 이사회 일정이 잡히지 않았고 논의한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오는 3월 주총까지 자리를 유지할 것이냐는 질문엔 "아직 모르겠다"면서도 "가능한한 (경영진의)공백없이 갈 수 있도록 하는게 희망인데 어떤 조치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신한금융사태로 불명예를 안은 것에 대해선 "착잡하다"며 "50년을 뱅커로 살아오면서 나름 올곧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이런일이 생겨 죄송하기 짝이 없다"고 착잡한 심경을 밝혔다. 

라 회장은 직원들에게 한말씀 해달라는 질문엔 말을 잇지 못하고, 잠시 눈물을 비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신한금융 본사 로비엔 라 회장이 공식 입장을 표명한다는 소식을 듣고 취재진 60~70명(신한금융 추산)이 몰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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