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이지은 김은비 기자] 소 바이러스성 질병인 럼피스킨병이 국내 최초 발병한 지 열흘 만에 확진 사례가 60건을 넘어섰다. 방역당국은 29일 긴급 백신 접종 명령을 발령하고 발생 지역을 중심으로 지자체까지 총력대응에 나섰다. 다만 항체가 형성되는 기간을 고려하면 유행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 29일 소 바이러스성 질병인 ‘럼피스킨병’ 확진 판정을 받은 전남 무안군 한 축산농장이 방역 당국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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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럼피스킨병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누적 확진 사례는 총 61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20일 첫 발생 사례가 보고된 뒤 △21일 3건 △22일 6건 △23일 7건 △24일 12건 △25일 9건 △26일 9건 △27일 5건 △28일 8건 등 확산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이날은 그간 확진 사례가 없던 강원 고성, 전남 무안 등에서도 신규 발병이 확인됐다. 현재까지 살처분되거나 살처분 예정인 소는 4107마리다.
정부는 전날(28일) 긴급백신 초도물량 127만마리 분을 들여온 뒤 이날 접종 명령을 발효했다. 오는 31일까지 총 400만마리 분의 긴급 백신을 도입해 내달 10일까지 전국 모든 소에 접종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국내에 비축해둔 백신은 54만 마리 분으로, 긴급백신 접종까지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내달 말에는 확산세가 진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백신 접종 속도가 전염병 확산 차단의 핵심으로 꼽히는 가운데, 자가접종의 효과성을 우려하는 일각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행 규정상 50마리 미만을 키우는 사육농가에 한해서만 수의사가 파견되고, 50만 마리 이상을 키울 경우 농민이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백신과 주사기를 공급받아 직접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럼피스킨병 백신은 근육접종을 하는 구제역 백신과는 달리 반드시 피부와 근육 사이에 접종해야 하는데, 정확히 주사하지 않는 경우 항체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주무부처인 농식품부는 대부분의 대규모 사육농가가 럼피스킨 백신과 같은 방식으로 주사하는 기생충 구제제를 매년 봄철 접종하고 있어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자가접종 농가에 대해 백신 공급 전부터 올바른 접종요령을 지속적으로 지도하고 있다”면서 “경험이 없거나 고령 등의 사유로 접종이 어려운 경우 요청에 따라 지자체가 자체 판단해 접종을 지원하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백신 접종 후 항체 형성기간에 3주가 걸리는 만큼 그 사이 추가 확진 사례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대 회의에서 “지금부터 3주간이 방역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기로 축산 농가에서도 백신 접종을 서두르는 등 적극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럼피스킨병은 소에게만 감염되는 전염병으로 모기 등 흡혈 곤충에 의해 주로 전파된다. 증상으로는 고열과 단단한 혹 같은 피부 결절이 나타난다. 폐사율은 10% 이하지만, 우유 생산량이 줄고 유산이나 불임 등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국내에서는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