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상그룹 운용간섭 안 돼"…큰손들 UTC인베에 징계

오너 일가와 특수관계인으로 경영자문위원회 구성
운용역과 갈등, 일부 회사 떠나기도
한국성장금융 가장 먼저 출자제한 확정
다른 LP들 조합 해산 및 운용사 풀 제외 등 검토
“유사 사례 재발 막으려 징계 추진”
  • 등록 2024-07-18 오전 5:26:52

    수정 2024-07-17 오후 5:26:58

[이데일리 마켓in 지영의 기자] 기관투자자(LP)들이 대상그룹 계열 벤처캐피탈(VC) UTC인베스트먼트(유티씨인베스트먼트)에 대해 잇따라 징계에 나섰다. 최대주주의 개입으로 펀드 운용의 독립성이 훼손된 데다 기존 주요 펀드 담당자들이 비정상적으로 교체됐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최대주주 경영개입 논란의 파장...운용 중단에 보수 삭감, 출자 제한 피해

17일 투자은행(IB) 업계 및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성장금융)은 최근 유티씨인베스트먼트에 대해 출자를 제한하는 기관 징계를 최종 결정했다. 이에 따라 유티씨인베스트먼트는 성장금융에 제재 이력이 등재되고 향후 1년간 출자를 받을 수 없게 됐다.

성장금융 외에 다른 공적 기금들과 민간 금융권 LP들도 유티씨인베스트먼트에 대해 △출자 제한 △조합 해산(펀드 해체) △운용기관 풀(Pool)에서 제명 등의 범주에서 징계 수위를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투자 기한이 경과돼 청산을 목전에 둔 펀드의 LP들은 관리보수를 대폭 삭감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잔여 운용 기한이 남은 펀드의 경우 징계 수위를 더 높이는 상황이다. 기관 징계와 별개로 유티씨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던 펀드 중 일부는 징계성 운용 중단 상태를 장기간 이어가고 있다.

(사진=유티씨인베스트먼트 홈페이지 갈무리)
유티씨인베스트먼트가 고강도 징계를 받게 된 배경에는 최대주주의 펀드 운용 개입 논란이 자리 잡고 있다. VC나 사모펀드(PEF)는 투자 전문성이 있는 인사들을 중심으로 경영돼야 하지만, 최대주주인 대상그룹 오너일가와 특수관계인들이 유티씨인베스트먼트 운영에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내홍이 일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티씨인베스트먼트의 최대주주는 지분 100%를 보유한 임상민 대상그룹 부사장이다.

지난 2021년 이후 유티씨인베스트먼트에는 임 부사장과 그의 남편인 국유진 블랙스톤 한국 프라이빗에쿼티(PE) 부문 대표, 국 대표의 아버지인 국균 전 언스트앤영 한영회계법인 대표를 중심으로 한 경영자문위원회가 사내에 신설됐다. 경영자문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성장전략회의가 여러 차례 개최되면서 회사 주요 경영 및 운용과 관련된 사안들이 해당 회의에서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이로 인해 장기간 근속하며 투자를 담당해 왔던 전문 심사 인력들과 갈등이 불거졌다. 결국 내부 심사역 출신인 김세연 전 유티씨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지난달 7일 물러났고 이후 운용 및 투자관리를 담당했던 내부 핵심 인력 일부도 회사를 떠났다.

최대주주 측이 신임 대표로 김동환 전 하나벤처스 대표를 영입한 뒤 김 대표를 중심으로 기존 펀드 관리자 교체를 위한 LP 설득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난항을 겪는 모양새다. 김 전 대표를 포함한 현직 인력들이 운용 독립성 확보에 힘쓰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했으나 LP들 반응은 싸늘하다.

한 LP 관계자는 “출자 심사 및 확약은 운용 인력 구성 및 전문성을 보고 하는 측면이 제일 크다”며 “이렇게 일방적으로 운용인력이 대거 교체되면 그 펀드는 깨는 게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LP들은 대주주의 운용 개입을 제재하지 않으면 비슷한 사례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징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또 다른 LP 고위 관계자는 “투자자 출자금은 그 운용사의 그 어떤 이해관계자들을 위해 사사로이 써서도 안 되고, 그럴 여지조차 없어야 한다”며 “유티씨인베스트먼트 측이 재발방지를 위해 대안을 제시했지만, 사실상 힘없는 심사역들의 서명 등 효력이 없는 내용뿐이라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부 LP들은 운용 재개 및 제재 면제 조건으로 기존 운용인력 복귀나 공동 운용(Co-GP)을 전제 조건으로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유티씨인베스트먼트 측은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유티씨인베스트먼트 고위 관계자는 “나간 인사들이 최대주주에 대해서 부당한 이야기를 하는 측면이 있어 일부는 사실이 아니다”며 “기존 인력과의 공동 운영은 검토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없는 대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LP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징계도 당연한 권한임을 안다”며 “재발 방지 서약을 포함해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여러 대안을 마련해서 제시했고, 최대한 설득을 진행하는 중”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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