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독일車 상대 승소 가능성 희박‥노림수는?

[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LG전자(066570)와 LG이노텍(011070)이 BMW, 아우디의 판매금지 소송을 제기한 것을 두고 '무리한 소송'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LG 측은 "특허를 침해한 오스람의 LED를 사용한 헤드램프를 썼으니 당연히 판매금지 대상이 된다"는 입장이지만, 법리적으로 승소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전망 때문이다.

무엇보다 특허침해 제품을 사용한 완제품의 제재 범위를 설정한 미국 판례를 고려하면 LG가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오스람 LED 쓰면 자동차 판매금지? 지난 1987년 인텔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현대전자 등의 컴퓨터와 전화기 등에 대해 자사의 특허를 침해한 메모리칩(EPROM, 비휘발성 반도체 기억장치)를 사용했다며 수입 및 판매 금지 요청을 제기했다.

▲ 오스람의 LED를 쓴 BMW 6시리즈 LED 헤드램프

당시 이 판결을 통해 "제3의 업체로부터 특허침해 부품을 받아 사용한 경우, 그 제품에서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현저히 작을 때 응용제품까지 수입을 금지할 수 없다"는 가이드라인이 처음 제시됐고, 이후 이 기준을 '이피롬 팩터(EPROM Factor)'라고 부른다.

'이피롬 팩터'를 고스란히 적용하면, 오스람의 LED가 LG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점이 인정되더라도 제3의 업체인 오스람이 제작한 LED를 차에 탑재했다는 이유만으로 자동차의 판매 금지 판결을 기대하기 어렵다.

변리사업계 한 관계자는 "이피롬 팩터는 특허 소송에서 영향력이 큰 판례"라면서 "자동차에서 LED가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기 때문에 LG의 승소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분석에 대해 LG이노텍 관계자는 "단 하나의 특허라도 침해했다면 그 제품을 제재할 수 있는 게 특허법의 취지"라며 "최종 판결까지 시간은 걸리겠지만, 소송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주장했다.

◇ 고객사 통한 압박.."협상 나와라" 따라서 LG가 오스람과의 LED 특허 공방을 자동차 영역으로 확대하는 이유는 오스람 고객사의 심기를 건드리는 '압박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예상치 않은 소송을 당한 BMW와 아우디 등은 "당장 판매금지되지 않는다"면서도, 자신들이 LG와 오스람과의 특허전에 휘말렸다는 사실 자체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결국 오스람의 주요 고객사의 자동차 업체의 심기를 건드리면, 오스람의 추가 소송 의지를 막고 오스람이 협상에 나올 수 있을 것이란 게 LG의 계산이다.

오스람 역시 삼성과 LG를 상대로 적극적인 특허 공세를 취하고 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

오스람의 모회사인 독일 지멘스는 오스람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했지만, 유럽의 경제 위기로 기업공개를 전격 연기했다. 특허 소송으로 몸값을 올려야 하는 오스람 역시 공세적인 자세만 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LG가 오스람과의 특허소송을 전방위로 확산시키는 전략은 소송에 승리하겠다는 것보다 오스람과 협상을 나서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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