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원 인터뷰)"출구전략 당분간은 시기상조"(上)

"美 내년 하반기 부양자금 바닥나면 더블딥 올 수도"
"인플레보다 디플레가 훨씬 무섭다..내년 하반기나 출구전략"
  • 등록 2009-09-14 오전 11:14:01

    수정 2009-09-14 오전 11:14:01

[이데일리 김윤경기자]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한 지 1년이 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현장에서 지켜본 재미 경제학자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를 통해 위기에서 빠져나오는 해법, 향후 세계 경제의 흐름, 한국 경제가 해결해야 할 문제등을 조망해 본다. 손성원 교수는 1972년 피츠버그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에서 네 번째로 큰 은행인 웰스파고은행에서 7년 동안 수석부행장을 역임하다 최근 LA 한미은행 은행장으로 재직 한 바 있다. [편집자]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미국 등 전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지속 여부는 확실치 않다"며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출구전략(Exit Strategy)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손성원 교수는 14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상반기면 미국과 중국의 경기부양 자금이 바닥나는 만큼 그 이후 다시 하강 국면에 빠지는 더블딥(Double dip)이 올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더블딥 가능성은 25% 정도로 보지만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위기 속에서 한국은 과거 외환위기 사례를 겪은 경험이 있는데다 중국이 고성장하면서 수출이 유지됐기 때문에 큰 충격은 없었지만, 안고 있는 양극화 문제 등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경제학자가 국무총리로 기용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에 그만큼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음은 손성원 교수와의 일문일답.

-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진지 2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금융위기가 온 지 1년이 지났다. 미국의 제조업, 주택지표도 안정되고 3분기 성장률은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 확실해 보인다. 미국 경제는 이제 바닥을 친 것일까.

▲미국 경제가 중환자실에서 벗어나 보통 환자실로 옮겨갔다고 보면 된다. 3분기엔 성장률이 플러스(+), 연율로 3%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조업이 안정되고 있고 주택 매매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바닥을 쳤다고 꼭 회복이 됐다고 볼 수는 없다. 아직도 옛 최고치에 비해서 수치들은 너무 많이 내려와 있다. 주택 시장 회복엔 수 년이 소요될 것이고 자동차 판매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월가는 조금 안정이 된 것 같지만 실물 경제(Main street)는 아직도 어렵다.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여전히 어렵고 자꾸 손해를 내고 있다. 그러니 고용을 늘릴 수 없다. 은행 대출도 안된다. 소비자들도 신청해도 50%는 거부된다. 돈을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미국 경제의 70%가 소비인데 고용이 안되니 소비 지출이 될 수가 없다. 재고가 낮아지니까 생산은 늘지만 이건 단기적인 것이지, 장기적으로 성장하려면 소비 지출이 늘어야 한다.

미시시시피강의 깊이가 평균 3피트라고 해서 그냥 다 지나갈 수 있는 건 아니다. 가다 보면 훨씬 더 깊은 곳이 나오고 그러면 죽는 것이다. 바닥이라는 것이 그렇다.

- 그렇다면 현재 미국 경제의 회복은 지속성을 확신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인가.

▲그렇다. 실업률은 올해 말 혹은 내년 초 10% 이상 오를 것이다. 기업이 사람을 채용하려면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믿음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전혀 없다. 채용했다가 더블딥 빠지면 어쩌겠는가.

중국도 그렇고 미국도 경기 부양책 때문에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미국은 2010년 상반기면 부양자금을 다 쓰게 된다. 그렇게 되면 하반기엔 돈이 없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도 내년 하반기쯤엔 출구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런 경우 큰 걱정이다.

- 이스라엘은 벌써 기준금리를 올렸다. 전세계적인 출구 전략이 곧 시동을 거는 것인가.

▲이스라엘은 매우 특수한 경우다. 방위 예산이 많기 때문에 생산보다 소비가 많은 구조다. 해외채권 발행 규모가 많고 해외대출도 많다. 그래야만 지탱되는 경제 구조다. 그래서 인플레이션 걱정이 많을 수 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 역사적으로 볼 때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까지 간 뒤 1년 정도 후에 금리를 올려 왔다. 만약 내년 1월쯤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다면 연준은 내년 말쯤엔 금리를 올릴 것이다. 양적완화 종료는 그보다 먼저 시작할 것이다. 모기지 증권(MBS)을 사지 않고 서서히 팔게 되면 이자율은 올라가게 될 것이다. 벤 S. 버냉키 연준 의장이 잘 하고 있다고 보지만 이렇게 되면 경기가 다시 하강에 빠질 수 있다.

- 그렇다면 올해는 물론 내년 상반기까지는 출구 전략이 시기상조라는 얘기인가.

▲우선 지금 출구전략 얘기가 나오는 것은 좋다. 어떻게 출구전략을 구사할 것인지 계획적으로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도 인플레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인플레가 더 위험하냐, 디플레가 더 위험하냐를 두고 볼 때 디플레가 훨씬 위험하다고 본다. 디플레엔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상황을 두고 역사적으로 일본, 그리고 프랭클린 D. 루즈벨트 전 대통령 얘길 많이 하게 된다. 루즈벨트 전 대통령이 1933년 취임해서 경제에 자신이 생기니까 1936년 세금을 올리는 등 출구전략을 시도했다. 그러나 1937년부터 곧 미국 경제가 안좋아졌고, 불황이 다시 오고 말았다. 지금은 큰 잘못으로 평가된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역시 재정적자를 두려워 하다가 결국 부양책을 줄이면서 초래된 것이다.

디플레 확률이 높지 않아도 디플레는 경제에 매우 해가 되고, 나오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말소시켜야만 한다. 인플레 걱정은 그 다음에 하면 된다.

- 한국의 경우는 어떻다고 보는가. 최근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꼭 디즈니랜드에 온 것 같다"고 했는데.

▲한국은 이번 위기 때 미국만큼 나쁘지 않았고 빨리 빠져 나왔다. 외환위기 때 먼저 한 번 매를 맞았던 것이 도움이 됐고, 부양책도 빨리 썼다. 정부와 한국은행 모두 정책을 비교적 잘 썼다고 본다. 중국이 성장하면서 수출을 많이 할 수 있었던 배경도 있었다.

한국에 와서 디즈니랜드 같다고 했지만, 중소기업이나 서민들 사정은 그게 아닌 것을 인지했다. 대기업이야 중국 수출하고 하면 되지만 실물경제 양극화가 극심하다. 부동산이나 증시에 돈이 몰려서 뜨긴 하지만 거기에 국한된 정책을 써야지, 통화 정책은 시장만 보고 할 수는 없다.

- 경제학자 출신의 국무총리가 선출됐다. 어떻게 전망하는가.

▲내가 잘 알지는 못해서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총리가 경제학자라는 것은 대통령이 경제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고, 앞으로 경제 정책에도 힘이 실릴 것이다. 잘 될 것이라고 본다. (下편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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