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경기 남양주에 사는 ‘워킹맘’ 김모(33)씨는 최근 세 살배기 아들이 다니는 어린이집 선생님들을 위한 ‘스승의 날 선물’ 때문에 고민이다. 김씨는 “사립 어린이집은 김영란법에서 벗어나 있어서 ‘선물을 안 받는다’는 공지가 내려오기 전까지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며 “작년에는 수제 케이크 등을 사서 보냈는데 올해는 뭘 보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린이집은 초등학교와 비교해 아이가 선생님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다”며 “아동학대를 안 당하려면 더 잘 보여야 하는 곳”이라고 팍팍한 현실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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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스승의 날을 앞두고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2016년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 유아교육법 등에 따라서 선생님과 학생 사이에는 직무관련성이 인정돼 원칙적으로 금품 등을 주고받을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어린이집은 원장에 한정해 김영란 법이 적용되면서 어린이집 교사들은 사실상 김영란법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심심치 않게 보도되는 가운데 김씨처럼 ‘혹시 내 아이가 해코지를 당할까’라는 걱정에 물량공세에 나서는 부모들이 많다. 세 살배기 아들을 둔 김모(41)씨는 “어린이집에서 내 아이가 다쳤을 때를 상상하면 뭐 하나라도 더 잘해 드리고 싶은 생각밖에 없다”며 “스타벅스 커피 이모티콘을 준비하겠다는 엄마들도 있고, 떡이나 케이크를 준비하겠다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선물을 보내기가 꺼림칙한 학부모들은 손수 만든 카네이션 꽃 등으로 정성을 보이기도 한다. 서울 강북구에 거주하는 3살배기 워킹맘 전모(35)씨는 “선물을 보냈다가 또 어떤 뒷말이 나올까 두렵다”면서 “아무것도 안 하자니 그건 또 우리 애한테 무슨 해코지가 돌아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에게는 ‘선생님 고마워요’와 같은 편지를 쓰게 하고 색종이 등으로 카네이션 꽃을 만들어서 전달할 예정”이라며 “교권이 아무리 떨어졌다고 해도 여전히 아이와 교사가 있는 공간에서 선생님의 역할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봐 뭐라도 드려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어린이집에서 ‘선물 금지’를 공지해도 영아를 맡기는 학부모들의 마음은 마냥 편치 않은 모습이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30대 워킹맘 서모씨는 “어린이집에서 알림장 앱으로 ‘일체의 촌지 및 선물을 받지 않는다’고 공지가 내려왔다”면서도 “엄마들끼리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가 있느냐는 말들을 주고받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씨는 “다른 엄마들은 어린이집 교사가 7명인데 다 챙겨야 하나 하소연하기도 한다”며 “다른 엄마들은 주방 이모나 기사님들도 챙길 예정이라고 말하기까지 한다”고 전했다.
어린이집 학부모들은 온라인상에서도 이러한 고민을 털어놓고 있다. 포털사이트 ‘맘 카페’에는 스승의 날을 앞두고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선물 범위를 어떻게 정해야 하느냐’는 식의 글들이 잇따라 게재되고 있다. 맘 카페 회원들은 “0세 반은 원체 눈을 뗄 수가 없어서 담임 선생님 외에도 같이 봐주시는 선생님과 조리사 분들도 스타벅스 카드로 챙겨 드렸다”, “선생님들도 이런 날에 기분 내야 하는 것 아니냐. 화장품이랑 카네이션 꽃다발 보냈다”라고 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