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도중 정전" 병원 절반 '블랙아웃' 위험

중소병원·의원 50.8%만 무정전 시스템 갖춰
혈액투석 중 잇딴 정전 사고..사각지대 존재
  • 등록 2013-06-02 오후 3:44:17

    수정 2013-06-02 오후 4:02:53

[이데일리 장종원 기자] 40대 김모씨는 10개월째 한 대학병원에서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있다. 그는 지난해 8월 전남의 한 병원에서 혈액투석을 받던 중 갑작스런 두번의 정전 끝에 의식을 잃었다. 정전 당시 비상발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의료진의 대처도 미흡했다. 환자 측은 “정전 당시 비상발전시설 가동 등 조치가 미흡했다”면서 “그럼에도 병원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원전 가동 중단으로 올 여름 최악의 전력난이 예고되면서, 의료기관의 정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의료기관에서 정전이 발생하면 김씨의 사례처럼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지만, 실제로 비상전력체계를 갖춘 곳은 절반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의료기관 입원환경 현황조사 결과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병원과 의원 252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정전시 비상전력공급이 가능한 시스템(무정전시스템 : UPS)을 갖춘 의료기관은 49.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회복실, 분만실, 신생아실 등 의료기관 전체에 비상전력체계를 갖춘 곳은 7.9%에 불과했다. 수술실에 무정전 시스템을 설치한 곳도 50.3%에 그쳤다.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은 22.1%(수술실은 19.4%)만이 무정전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의원이 비상전력체계를 갖추지 않는 것은 허술한 의료법이 한 몫 한다. 현재 의료법은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은 자가발전시설을, 중환자실은 무정전 시스템을 갖추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수술실과 의원급 의료기관은 무정전 시스템을 갖출 의무가 없는 것이다. 지난해 인천(사망)과 전남(의식불명)에서 정전 사고가 발생한 인공신장실도 위험성에 비해 별도 기준이 없다.

유미숙 신장장애인협회 사무총장은 “혈액투석 중 기계가 멈추게 되면 끔찍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인공신장실은 무정전 시스템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강제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보고서와 관련 보건산업진흥원은 “중소병원과 의원 중에서 비상전력체계를 갖춘 곳이 종합병원에 비해 현저히 적다”면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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