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mp 2020)현대차②`이제 도요타를 버린다`

20여년전 북미서 배운 ''품질 중요성''..현대차 DNA로 각인
도요타 리콜사태 철저히 분석.."전철 밟지 않는다"
글로벌 선두기업, 업그레이드된 품질경영으로 달성
  • 등록 2010-03-30 오전 10:42:42

    수정 2010-03-30 오전 10:42:42

[이데일리 정재웅 기자] 연구실 안 공기는 무거웠다.

연구원들의 표정은 굳어있다 못해 비장하기까지 했다. 그들 앞에 놓여있는 차량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링카인 도요타의 프리우스. 프리우스는 그동안 수없이 분해·조립을 해왔던 차종이다. 하지만 긴장감은 그 어느때 보다도 컸다.

이번 분해 작업은 정몽구 회장이 직접 지시한 사항이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뭇매를 맞다시피 하고 있는 '도요타 사태'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라는 것이 정 회장의 지시 이유다.

비단 최고 경영자의 지시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이기에 그 책임도 막중하다.

팀장의 분해지시가 떨어지기 무섭게 연구원들은 조심스레 부문별로 차량을 분해하기 시작한다. 연구실 내의 무거운 긴장감은 시간이 갈 수록 더해져만 갔다. 볼트 하나 너트 하나도 마치 수술대에 오른 중환자의 장기를 다루듯 조심스럽다.

몇시간이 지났을까 무거운 정적을 깨는 한 마디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브레이크 시스템의 전자 센서 문제인 듯 합니다". 분해가 완료된 후 치밀하게 작성된 보고서는 곧바로 정몽구 회장의 손에 쥐어졌다.

◇"도요타 전철 밟지 않는다"

현대차(005380)에게 도요타 사태는 외형적으로 분명 호재다. 미국의 빅 3 몰락 이후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었던 도요타가, 그것도 '품질' 문제로 주저 앉았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하지만 현대차는 방심하지 않았다. 그리고 결코 웃지도 않았다.

오히려 도요타 사태를 주도면밀하게 관망하고 있었다. 프리우스 분해 작업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도요타의 불행이 언젠가 우리에게도 다가올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상대의 실패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우리는 절대 그 전철을 밟지 말자는 의지다.

이는 품질에 목말라 있는 현대차 최고 경영진들의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아울러 조금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보자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품질에 대한 '노이로제'일 수도 있다.

▲ 현대·기아차 품질상황실 직원들이 엔진을 점검하고 있다. 현대차는 20여 년전 혹독한 대가를 치르면서 배운 '품질 제일주의' 정신을 실천에 옮겨 글로벌 선두 자동차 메이커로 도약하고 있다.
사실 현대차는 이미 20여 년 전 북미 시장에서 바로 '품질'문제로 큰 아픔을 겪은 바 있다. 이때 현대차 DNA에는 '품질제일'이라는 네 글자가 깊이 새겨졌다. 정몽구 회장을 비롯한 현대차 최고 경영층이 품질향상에 열을 올리는 것도 어찌보면 이같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일일 듯도 싶다.

지난 89년 현대차는 쏘나타를 생산하는 첫 해외 생산공장으로 캐나다에 부르몽 공장을 준공했다. 하지만 마침 불어닥친 북미시장 침체와 경쟁심화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가동률이 무려 20%선까지 떨어지고 이는 곧 품질 저하로 이어졌다.

결국 부르몽 공장은 지난 93년 문을 닫았다. 이후 현대차는 북미시장에서 '토이 오토(Toy Auto)'로 조롱받았던 도요타의 전철을 밟게됐다. 그리고 그 후유증은 상당기간 지속됐다. 결국 프리우스를 분해했던 것도 품질에서만큼은 도요타를 따라가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인 셈이다.

◇현대차의 품질은 지금도 `진화중`

지난 2008년. 현대차의 야심작 제네시스가 처음 출시됐을때 전문가들은 "현대차 품질력의 완결판을 보는 듯하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그 평가들은 잘못된 것이었음이 속속들이 증명되고 있다. 왜냐하면 현대차에게 있어서 품질은 완료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정몽구 회장은 소문난 자동차 전문가다. 직접 차를 운전해본 후 차량의 미세한 밸런스 차이도 감지해 낼 만큼 그의 차에 대한 '섬세한 촉각'은 유명하다. 현대정공 시절, 산타모와 갤로퍼를 만들어내기도 했던 그다. 자동차에 관한 한 A부터 Z까지 꿰뚫고 있는 셈이다. 
                                                                                                                    
▲ 현대차 울산공장 제네시스 라인. 현대차는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공장에도 품질제일주의라는 동일한 기준을 적용, 글로벌 자동차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런 정 회장에게 '현대차=깡통차'라는 해외 언론들의 보도가 전해졌으니 가만히 있을리 만무할 터. 98년 현대차그룹 회장에 취임하면서 정 회장은 직접 현장을 누비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곳을 가든 '품질'을 강조했다. 
                                                                                                                    
이미 북미시장에서 아픈 경험을 한 터라 그의 품질에 대한 갈망은 더욱 컸다. 관리자급 임직원들에게는 '신차결함 때는 어떠한 책임도 감수하겠다'는 각서를 받을 만큼 품질문제에 있어서는 조직을 혹독하게 다뤘다.

이와 함께 시스템 뿐만 아니라 조직문화 부문에도 다양한 장치들을 마련, 아예 현대차의 품질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도록 모든 대책을 강구했다.

우선 전사적으로 '6시그마 제도'를 도입하고 TQC(전사적 품질관리), VE(가치공학), TPM(전사적 예방보전), CR(원가절감)등 다양한 품질개선 운동을 전개했다.

이어 품질관련 기능을 묶어 품질총괄본부를 설치, 매달 품질 및 연구개발, 생산담당 임원들과 품질관련 회의를 열어 문제점을 직접 체크했다. 또 점검후 문제가 있을시에는 생산라인을 중단시키기도 하고 신차출시 일정을 미루는 등의 고강도 '품질 구조조정'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같은 작업은 글로벌 기업에 걸맞게 전 세계 어느 곳이든 현대차가 진출한 곳이면 동일하게 적용됐다. 결국 정 회장의 이같은 노력이 오늘날의 현대차를 있게 한 밑거름이 된 것이다.

◇작은 차이가 만드는 `글로벌 선두기업`

정 회장이 직접 품질을 챙기기 시작한지 올해로 12년. 현대차는 이제 글로벌 선두기업으로의 도약을 앞두고 있다. 지난 76년 처음으로 포니 7대를 남미의 에콰도르에 수출했을때 꾸었던 꿈을 30여년 만에 더 크게 이뤘다.

▲ 美 포춘지에 실린 정몽구 회장의 모습. 포춘지는 정몽구 회장의 품질경영이 오늘날의 현대·기아차를 있게 했다고 극찬했다.
올해 현대차는 중요한 기로에 서있다. 지난해 전세계를 강타했던 금융위기를 오로지 현대차만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돌파, 그 누구도 맛보지 못한 달콤한 열매를 입에 넣었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차는 이제 새로운 도약의 출발점에 서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정몽구 회장의 '품질경영'이 자리하고 있다. 일단 그 출발은 매우 좋다.

실제로 미국 J.D파워 초기품질조사(IQS) 순위에서 지난해 일반브랜드 역대 최고 점수를 갱신하며 도요타, 혼다를 누르고 1위를 달성했다. 또 미국의 컨슈머리포트가 현대·기아차의 총 9개 차종을 추천차로 선정했다. 그만큼 해외에서도 품질로 인정을 받았다는 이야기다.

아울러 가장 주목할 만한 수치는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사상 처음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현대차 5.2%, 기아차 2.6% 등 총 8%에 육박하는 기록적인 성과를 낳았다는 점이다. 세계인들이 타는 자동차 10대 중 한 대가 현대·기아차인 시대가 됐다. 

하지만 현대차는 만족하지 않는다. 현대차는 올해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품질경영'에 나설 참이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라면 누구나하는 식상한 품질경영으로는 한 치앞을 가늠하기 힘든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개척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시장 및 고객 중심의 최고 품질 달성을 기반으로 퀄리티 마케팅을 통한 의식 혁신(Mind-Set Innovation)을 추진할 예정이다. 
                                                                                                                   
▲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 J.D파워가 선정한 신차초기품질지수에서 도요타, 혼다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즉, ▲무고장·무결점을 실현하겠다는 의지(Quality) ▲품질저하 없는 비용 절감 노력(Cost) ▲신속하고 완벽한 품질개선(Delivery) ▲가장 안전한 차량 생산(Safety) ▲높은 품질 기반의 생산 현장 문화 정착(Morale)이 그것이다.

또 협력업체의 품질향상이 곧 현대차의 품질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인식하에 협력업체와의 상생은 물론, 현대·기아차 생산의 핵심인 모듈화도 더욱 정교하게 만들어간다는 구상이다.

지난달 도요타의 대규모 리콜사태가 한창일 무렵, 현대차도 미국과 한국에서 신형 쏘나타에 대한 자발적 리콜을 실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현대차도 도요타와 마찬가지라는 자조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었다.

그러나 현대차의 자발적 리콜과 도요타의 리콜은 질적으로 달랐다.

해야 할 것을 숨기기 보다는 직접 나서 인정하고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마인드. 이는 곧 현대차가 이젠 품질에 있어 자신감을 가졌다는 방증임과 동시에 향후 도요타를 앞지를 수 있는 작지만 중요한 포인트라는 게 업계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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