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의 취임 일성은 공허한 메아리가 돼 돌아왔다. 문재인 정부 검찰 개혁의 상징이자 권력형 비위수사 전담기구로 야심 차게 출발한 1기 공수처는 초라한 성적표를 남기고 끝이 났다.
공수처가 식물 기구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행동으로 증명한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출범 후 지난해 11월 말까지 3년간 총 7703건의 사건을 접수했다. 이 중 6960건(90.4%)가 고소·고발 사건으로 이중 고위공직자 범죄를 자체 적발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직접 수사로 유죄를 받아낸 사건도 0건, 구속영장 발부 0건 등 실적도 처참하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조직 정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으로 쏠리지 않고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부 갈등을 조정하고 권력형 비리를 뿌리 뽑을 수 있는 적격자를 후임으로 세워 공수처가 가야 할 길에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