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주가 급락으로 위기감을 느낀 현대차(005380)가 발길을 해외로 돌렸다. 올 초 주주총회에서 제기돼 화제를 모았던 주주 권익보호와 장기 비전을 홍보하며 해외투자자 설득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11일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 6~9일 유럽과 아시아에서 주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개최했다. 이번 IR은 해외 투자자와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매년 수차례 열리는 해외 투자자 대상 IR이지만 이번에는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현대차 주가 하락세가 그칠 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5월말만 해도 15만8000원이었던 현대차 주가는 5월 자동차 판매 실적이 발표된 후 6월 2일에는 13만8500원까지 급락했다. 이달 7일에는 12만8000원으로 13만원선이 붕괴된 후 10일 12만4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12만3000원을 기록했던 2010년 4월 20일 이후 5년 2개월여만의 최저 수준이다.
해외 투자자의 마음은 달래기 위해 이번 IR에는 실적 위주의 기존 설명과 달리 그룹의 지배구조와 함께 주주권익보호 장치인 ‘투명경영위원회(Corporate Governance & Communication Committee)’ 설명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현대차의 외국인 투자자 달래기가 어느 정도 실효성을 보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IR을 실시한 나흘 동안 외국인은 1조765억원 가량을 순매도했다. 하지만 10일 1781억원을 순매수 한 데 힘입어 한 주간 16억원 가량의 누적 순매수 금액을 기록했다. 향후 현대차 주가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외국인 투자자가 다소 늘었음을 의미한다.
금융투자업계는 당분간 현대차 실적이 부진하겠지만 하반기 이후 실적 개선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이재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중국 시장 손익은 지분법 이익에만 반영돼 매출·영업이익에는 영향 없다”며 배당 규모와 미국 2공장 착공 등이 하반기 주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