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에어쿠션 2년 전쟁, 中企는 떨고 있다

  • 등록 2014-12-31 오전 10:57:10

    수정 2014-12-31 오전 10:57:10

[이데일리 염지현 기자] 화장품 업계가 지루한 ‘에어쿠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에어쿠션은 파운데이션의 일종으로 기존의 바르는 타입이 아니라 쿠션 형태의 스펀지를 도장처럼 피부에 찍는 화장품이다. 3초에 한 개씩 팔린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인기다.

발단은 2012년 10월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모레퍼시픽은 당시 LG생활건강을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냈지만, LG생활건강은 특허 자체가 무효라며 맞소송을 냈다.

특허심판원은 아모레퍼시픽의 에어쿠션이 기존 화장품에 비해 특별히 새로운 게 없다며 특허 무효 심결을 내렸다. 대법원 판결에서도 특허를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은 스펀지의 제형이나 경도 등을 달리해 다시 특허를 내고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090430)의 에어쿠션 공세는 업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다른 중소형 업체들에게도 경고장을 보내며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최근 랑콤이나 크리스찬 디올같은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들이 에어쿠션과 유사한 제품 생산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아모레의 공세 수위는 높아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이번 대응은 원천 기술 공유를 관행처럼 여기던 화중품 업계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그간 화장품 회사들은 BB크림(독일 슈라멕사)이나 수용성 하이드로겔 마스크팩(제닉), 선파우더(LG생활건강)처럼 판도를 바꿀만큼 인기를 끈 상품들이 나오면, 너도나도 유사제품을 내놓았던 게 사실이다.

아모레퍼시픽의 공세 때문에 중소 화장품 업계의 씨가 마를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아모레퍼시픽은 ‘에어쿠션’이라는 상품권까지 등록해, 에어쿠션이라는 이름을 쓰던 중소 화장품 업체들은 기존 용기를 모두 폐기하고 다시 제작했다.

중소 화장품업체들은 “에어쿠션이 스킨이나 로션처럼 일상적인 분류 품목이 된 마당에 특허 공세를 펴는 건 과도한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 “사실 따져보면 아모레가 특허를 낸 스펀지 제형도 오래전부터 화장용 소재로 사용됐던 것”이라는 항변도 있다. 국내 화장품 업계 1위인 아모레의 공격을 견뎌낼 수 있는 중소 화장품업체가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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