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실적 기대감이 여전한데다 업황 개선이 시작된 만큼, 현재의 조정을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꾸준하다.
중동 지정학적 긴장에 TSMC 쇼크까지
2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19일 삼성전자(005930)는 전 거래일보다 2000원(2.51%) 내린 7만7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 주(15~19일)간 7.81% 미끄러졌다. SK하이닉스(000660) 역시 일주일새 5.25% 내린 17만3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의 하락세(-3.35%)보다 더 가파른 내림세다.
시장의 가장 큰 우려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실적을 바탕으로 반도체 수요가 쪼그라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점이다.
지난주 반도체 장비기업인 네덜란드 ASML의 1분기 매출은 작년 4분기보다 27% 감소한 52억9000만유로(약 7조8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신규 수주액은 36억1000만유로(약 5조3000억원)에 머무르며 시장에서 예상한 54억유로(약 8조원)에 한참 못 미치는 ‘어닝쇼크’를 나타냈다.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대만 반도체기업인 TSMC 역시 시장에 찬바람을 몰고 왔다. TSMC는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냈지만 올해 메모리칩을 제외한 전체 시장성장률 전망치를 ‘최소 10% 이상’에서 ‘10%’로 낮췄다. 업황에 대한 의구심이 확대하며 인공지능(AI) 반도체 붐을 이끈 엔비디아가 19일(현지시간) 10.00% 급락한 762.0달러로 주저앉았고 마이크론도 4.61% 하락했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주 역시 외풍 속에 함께 하락세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은 실적이 약…이번 주 SK하이닉스·인텔 성적표 나와
게다가 AI스마트폰과 AI 노트북 등 IT 제품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물론 중동을 둘러싼 긴장이 확대하면 유가 상승이 길어지고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며 글로벌 경기 회복이 기존 전망보다 늦춰질 수 있지만, 이란과 이스라엘이 모두 확전을 자제하며 전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전쟁에 대한 우려가 소강되고 반도체주의 실적이 다시 견조한 모습을 보이면 주가의 급락세도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오는 25일 실적을 발표할 예정으로,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흑자로 전환한 1조7928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미 1분기 시장기대치를 웃도는 잠정실적을 내놓은 삼성전자도 30일 정확한 실적을 발표할 계획이다. 오는 25일 뉴욕증시에서도 인텔이 실적을 내놓는다.
박승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조정에 대해 “반도체 업황은 이제 바닥을 통과하고 있는데, 주식 시장이 앞서 갔을 뿐”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국내 반도체 업종의 실적 전망도 꾸준히 상향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 속도는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면서 “그럴 때마다 주가는 조정을 받겠지만 사이클이 뒤집어진 게 아니기 때문에 조정을 활용해 주식을 사모으는 건 좋은 전략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