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은 반역의 대통령”(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라거나, “박근혜 대통령이 연산군과 다를게 없다”(우원식 민주당 의원)는 등 서로간 감정선을 서슴없이 자극해온 것이 최근 정치권의 현주소였기 때문이다.
여야가 홍익표 민주당 전 원내대변인의 ‘귀태 발언’으로 촉발된 막말 정국을 가까스로 수습하고 국회 정상화에 합의했으나, 또다시 핵심 현안을 놓고 전운이 감도는 이유다.
‘대화록 열람은 충동적’.. 소수 목소리는 실종
지난달 26일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5선의 남경필 의원은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가 국익에 부합했는지 심각한 의문을 갖고 있다”며 당내 강경파의 행보에 대해 쓴소리를 내놓았다. 하지만 같은날 당 대변인실에서 전해진 회의록 보도자료에는 남 의원의 얘기는 빠진 채 배포됐다.
이후 새누리당은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제출 요구안’ 투표때 강제 당론을 택했고, 이탈표는 단 한표도 없었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당론에 의해 찬성표를 던졌지만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민주당이 당론 결정을 하니까 새누당도 안하면 뭔가 있다는 식으로 몰려서 한 것이긴 했지만, NLL대화록 공개 합의는 지나치게 충동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최근 공개회의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 대화록 공개’에 대한 자체 비판의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제출 요구안’ 투표때 반대표를 던진 의원 4명에 대해선 당론위배를 이유로 서면경고를 했다.
지난 대선당시 문재인 후보가 안철수 후보와 함께 발표한 ‘새정치 공동선언’에서 ‘정당의 의사결정이 민주적으로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 강제적 당론을 지양한다’고 했던 것을 감안하면, 민주당의 이러한 행동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의 최근 공개 회의에서도 ‘NLL 대화록 공개’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국정원 국조 공회전.. 결론없이 흐지부지 가능성
국정원의 대선 댓글 의혹과 관련 여야가 지난 2일부터 45일간 국정조사에 합의해놓고, 일정의 3분의1을 특위 위원 구성에 대한 기싸움으로 허비하고 있는 것도 ‘강경파 득세’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민주당도 당내 기류를 보면 강경파 일색이다. 김현·진선미 의원은 지난 10일 오후 긴급기자회견을 자청, 특위 위원직에서 물러나라는 새누리당의 요구를 전면 거부하겠다는 뜻을 강조했지만 당시 기자회견은 당 지도부와 사전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내 국정조사 특위위원에는 이들 두 의원외에도 전해철·박범계 등 친노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대거 포진, 강경한 공세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스스로 자신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국정원 국조를 성사시켜놓고도, 강경파들의 목소리에 묻혀 ‘자충수’를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내 3선의 중진 의원은 “형식과 절차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실질적인 내용의 진정성을 갖고 임해야한다. (김·진 의원은) 제척사유가 된다면 설사 억울하다 할지라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들어줄 줄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강경파의 득세 속에 국정원 국정조사와 NLL대화록 열람 모두 가시적 성과보다는 감정싸움으로 비화돼 시간만 소모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이사는 “진위여부의 판단보다는 서로 감정선을 자극하는 쪽으로 확산되면서 정치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여당도 야당도 강경파가 득세라며 대치국면으로 가고 있다“며 ”정확한 규명을 통해 문제를 해소하기 보다는 결론없이 유야무야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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