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구글 플레이(앱마켓)에서 게임이나 음악을 구매할 때 외부 결제를 허용하면서 외부 결제시 수수료를 4%포인트만 인하하겠다고 발표하자 꼼수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구글의 계획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 통과 이후 ‘웹결제 링크’만 허용하겠다는 애플의 조치보다는 진일보한 것이나, 이 정도 수수료 인하로는 외부 결제를 쓰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터넷 업계는 겉으로는 그럴싸하지만, 실제로는 구글 내부의 결제시스템 사용을 강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외부 결제 허용하면 뭐하나…외부 결제시 비용 상승, 소비자 가격 올려야 할수도
7일 업계와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구글은 제 3자 결제를 앱 내에서 허용하고 이용자와 개발자 모두에게 선택권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한국에서만 유일하게 시행된다. 외부결제에 대해 수수료도 자사 수수료보다 4%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항목별로 10∼30%인 결제 수수료는 외부결제 시 6∼26%로 인하된다.
이렇게 바뀌면 어떻게 될까. 구글의 결제시스템을 쓰면서 고객이 결제하는 가격에서 30%의 거래 수수료를 냈던 게임 앱이 외부 결제를 이용하려면 소비자 요금을 올리거나 휴대폰 결제나 상품권·선불카드 결제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구글 발표대로라면 게임 앱이 외부 결제를 쓴다면 구글에 26%의 거래 수수료를 내고 나머지 4%에서 외부 결제를 해결해야 한다. 신용카드 결제수수료만 2%, 문화상품권·선불카드까지 고려하면 5% 정도, 결제업체 이윤까지 고려하면 수수료가 7~8%를 넘어 구글 결제를 쓸 때보다 수수료 부담이 커진다. 법의 취지를 몰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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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구글에 우려 전달…시행령에 수수료로 자사 결제 강제 못하게
지난 4일 구글이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이원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만나, 국내 법(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존중 의사를 밝혔을 때까지만 해도 거래 수수료가 ‘앱마켓에서 특정 결제수단을 강제하지 못하게 하는’ 법의 취지를 무력화할 것이라는 예상은 없었다.
윌슨 화이트 구글플레이 글로벌 정책 부문 총괄이 “제 3자 결제 이용 시에는 구글플레이 결제보다 낮은 수수료율 적용하겠다”고만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남 이후 구글이 자사 개발자 블로그에서 ‘제 3자 결제 수수료 인하율을 4% 포인트’라고 발표하자, 방송통신위원회는 구글에 우려를 표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해당 법의 금지행위에 해당하는 시행령을 만들고 있는데, 구글 등 앱마켓 사업자들이 수수료나 검색 노출 등을 이용해 자사 결제시스템만 쓰도록 강제하는 행위는 금지행위에 들어간다고 구글 측에 우려를 전했다”면서 “구글이 자료를 내면 꼼꼼하게 챙길 것이다. 수수료로 문제가 되면 시행령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시행령을 마련한 뒤 관계부처 협의, 입법 예고,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최대한 연내 시행령을 공포하고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안을 시행한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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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도 꼼수…국감 지적에도 버티는 중
법 시행일은 임박했지만 애플도 버티고 있다. 애플은 구글보다도 성의가 없다는 평가다.
애플은 신문, 잡지 같은 ‘리더앱’에 한해(게임이나 인터넷 같은 핵심 앱은 제외)앱 내부에 외부 계정관리나 결제로 연결되는 링크만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자사 앱스토어의 결제시스템을 개방한 게 아니라, 웹결제에 한해 활성화되도록 한 조치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1일 국감장에서 윤구 애플코리아 대표에게 “외부 링크를 통해 타 결제 수단을 이용할 수 있게 해도 메인 앱스토어에서 허용하지 않으면 합법이라 볼 수 없다”고 질책했다.
이에 대해 윤구 대표가 “국회 질의를 본사에 확실하게 전달했다”고 답하자, 변 의원은 “제출한 안은 현행법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에 위반하는 답변”이라며 “다시 본사에 전달하고 대책 마련해 제출해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