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건은 법원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다. 만일 법원이 신세계의 손을 들어준다면 이번 매각건은 ‘없던 일’이 된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신세계의 입장에서는 ‘몽니’를 부린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신세계 “증축때는 아무말 없더니”..강력 반발
신세계는 8일 인천광역시를 상대로 인천종합터미널에 위치한 백화점 건물의 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천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신세계는 지난해 1450억원을 투자해 매장 일부(5300평)와 주차타워(866대)를 증축했다. 이에 따라 신세계 인천점은 매장 면적 총 1만9500평, 주차대수 1621대 규모로 확장됐다. 증축된 부분에 대한 권리는 오는 2031년까지이지만 과거부터 신세계가 영업해왔던 본건물의 임대기간은 오는 2017년에 끝난다.
현재 신세계는 사실상 계약기간이 2031년까지 연장되는 것을 감안해 증축한 것이기 때문에 인천시가 본건물을 매각하는 것은 임차인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본건물을 사용한다는 생각없이 어떻게 증축에 1450억원이나 투자할 수 있겠느냐”면서 “본건물과 증축된 건물은 상식적으로 하나의 건물이기 때문에 계약기간은 2031년까지로 보는 게 옳다”고 말했다.
신세계의 노림수
따라서 신세계는 법률적 리스크에 민감한 외국인의 특성을 감안해 이번 소송을 냈다는 게 유통업계의 관측이다. 우선 가처분 소송으로 법률적 리스크가 있음을 각인시키고 추후 본안소송으로 인수가 무산되거나 길어질 수 있음을 외국인들에게 과시했다는 것이다. 법적 다툼이 길어질수록 롯데가 국내외 주주나 투자자들로부터 받는 압박의 강도가 커질 수 있다.
다만, 이번 계약에 롯데의 일본측 계열사나 우호 세력이 참여했을 가능성도 있어 신세계의 의도가 먹혀들지는 지켜봐야 한다. 롯데가 모스크바에 매장을 낼 때도 롯데의 일본 우호세력들이 지분 참여를 했다. 이럴 경우 법률적 문제로 외국인이 참여를 꺼릴 것이라는 신세계의 계산은 빗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아울러 신세계는 이번 소송으로 사회적 주목을 끌 경우 그 부담이 인천시에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의 인천점 매각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매각 방식도 공개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이었고, 인천시는 일반상업용지에서 중심상업용지로 용도변경한지 두달도 안돼 매각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언제든 매각과정의 투명성을 두고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인천시 “감히 땅주인 한테…”
신세계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인천시는 “계약대로 하겠다”는 입장이다. 신세계의 증축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2031년까지 권리를 보장했고 본건물은 2017년까지 계약돼있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이어 “땅 주인이 하겠다는 것을 임차인이 반발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면서 “롯데와 계약한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 겉으론 ‘조심’ 속으론 ‘분주’
신세계의 이같은 초강수에 대해 롯데측은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신세계가 소송 대상으로 삼은 것이 인천시인 만큼 제3자로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신세계의 움직임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칫 법원이 신세계의 손을 들어주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롯데 관계자는 “신세계의 소송 상대가 인천시여서 롯데 입장에서는 어떤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면서 “다만,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매각 계약을 체결한 사안에 대해 신세계가 가처분 신청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에 대해서는 씁쓸한 감정을 지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인천시가 롯데측에 신세계 인천점을 매각한 이유에 대해 그동안 인천시와 신세계측이 불협화음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5월부터 이번 매각건이 진행돼 왔었는데 그동안 인천시와 신세계가 앙금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상식적으로 이미 사업을 잘 하고 있는 곳을 무시하고 인천시가 경쟁사를 선택한 것도 이면에 이런 앙금들이 작용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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