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있었어? 마닐라가 ''맛의 도시''라는 거!

필리핀 식도락가가 콕 짚어준 ''마닐라 맛집 7''
  • 등록 2008-04-10 오전 11:17:00

    수정 2008-04-10 오전 11:17:00

▲ "바나나 리프"의 판당 치킨.
[조선일보 제공] "필리핀 마닐라는 세계 각국의 맛이 모인 식도락 경연장 같은 곳이에요. 다채로운 색감이 어우러진 직조물, 태피스트리(tapestry)처럼 알록달록 온갖 맛이 한데 합쳐져 독특한 문화를 만들었다고 해야 하나…."

필리핀관광청 한국지사장 마리콘 에브론(Maricon Ebron)씨의 말대로, 필리핀 마닐라에서 무엇을 먹을까 결정하는 덴 꽤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관광안내책자만 넘겨봐도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중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의 음식 전문 레스토랑이 넘쳐난다. 식도락가로 소문난 마리콘씨가 "마닐라에서 값싸고 푸짐하게 식사할 수 있는 곳부터 화려한 만찬을 즐길 수 있는 곳까지 다양하게 알려주겠다"며 직접 음식점 일곱 곳을 꼽아줬다.(1페소=약 23.6원)

바나나 리프(Banana Leaf)

마닐라와 이어지는 도심 한복판 마카티(Makati) 지구의 대형빌딩 '파워플랜트 몰'에 위치한 퓨전 아시안 음식점.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음식을 기본으로, 한국, 홍콩, 태국의 음식 스타일을 조금씩 섞었다. 약 20석 규모로 작은 카페 같은 느낌이다. 우리나라 백화점의 '푸드 코트'를 연상시키는 인테리어이니 분위기를 기대하진 말 것. 대신 싸고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즐기기 좋다. 음식을 주문하면 커다란 바나나 잎을 탁자에 깔아준다.

생크림을 넣고 끓인 '말라얀 치킨 커리'가 홍콩에서 온 주방장 레니 유(Lenny Yu)씨의 추천 메뉴. 228페소에 양껏 즐길 수 있다. 닭고기를 튀겨서 '판당(Pangdang)' 잎사귀로 감싼 '판당 치킨'은 168페소다. 문의 632-896-1828, www.bananaleaf.com.ph

▲ 마닐라에서 가장 유서깊고 화려한 "라 코치나 데티타 모닝" 레스토랑.

카페 하바나(Cafe Havana)

마닐라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댄스 플로어 바' 중 하나다. 낮엔 일반 패밀리 레스토랑에 불과하지만, 오후 8시를 넘기면 주인은 일어나 가게의 모든 의자를 밖으로 치운다. 라틴 댄스 음악을 쿵쿵 울리게 틀어놓으면, 손님들이 하나 둘 일어나 칵테일을 홀짝이며 몸을 흔들기 시작한다. 가볍고 즉흥적인 즐거움이 넘쳐난다.

음식 맛은 꽤 괜찮다. '스페어립스 하바네라(Spareribs Habanera·455페소)'를 시키면 구아바와 꿀을 넣고 양념해서 구운 두툼한 립 스테이크가 나온다. 칵테일 망고히토(Mangojito·165페소)와 모히토(Mojito·165페소)가 추천음료. 마카티 지구 그린벨트 3구역 1층. 문의 632-757-4370

비스트로 레메디오스(Bistro Remedios)

마닐라 사람들이 생일잔치나 아기 돌잔치를 할 때 가족들과 손을 잡고 찾아오는 이름난 필리핀 전통 식당. 카페들이 몰려있는 '아드리아티코' 지구 사거리에서 1984년부터 영업을 해오고 있다. 필리핀 북부지방인 팜팡가(Pampangga) 지방의 토속 음식을 전문으로 한다.

매니저인 프레드(Fred)가 추천해준 돼지 족발 튀김 '녹아웃 넉클(Knockout Knuckle)'은 껍질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쫄깃쫄깃하다. 새콤한 사과소스를 끼얹어 먹는다. 가격은 545페소. 생선 '방어스'(숭어)의 가시를 일일이 족집게로 발라서 구워낸 '방어스 벨리(Bangus Belly·265페소)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문의 632-523-9153

스파이럴(Spiral)

전 세계의 음식을 한꺼번에 맛보고 싶다면 이 곳으로 갈 것. 소피텔 필리핀 플라자 호텔 지하 1층에 위치한 뷔페 레스토랑으로 마닐라에선 가장 유명한 곳이다. 일본·중국·베트남·인도 음식을 비롯해 양식과 바닷가재, 디저트와 과일을 한 자리에서 즐길 수 있다. 딤섬을 비롯한 홍콩요리가 특히 인기 있다. 1인당 1200~1700페소로 가격은 비싼 편이다. 만 5세 미만은 무료, 만 12세 미만은 어른 요금에서 50% 할인 된다. 예약 필수. 문의 632-551-5555

냐스 가든(Sonya's Garden)

화산이 폭발한 자리에 생겼다는 따알 호수(Taal Lake) 인근 따가이따이(Tagaytay) 지역에 있는 작은 농원. 아담하게 꾸며진 허브 정원이 산책하기엔 그만이다. 채소와 과일, 버섯과 연어를 담아낸 유기농 식사를 자랑한다. 세트메뉴로만 판다. 점심 세트는 1인당 500페소(부가세, 봉사료 별도), 치킨(450페소)이나 연어(250페소)는 따로 주문해야 한다. 점심 오전 11시~오후 2시, 저녁 오후 4시30분~7시30분 문의 0917-533-5140, www.sonyasgarden.com

시푸드 마켓(Sea Food Market)

해산물을 질리도록 먹고 싶다면 에르미타(Ermita)거리에 위치한 식당 '시푸드 마켓(Sea Food Market)'으로 갈 것. 가게는 수산시장과 거대한 주방, 대형 수조와 거대한 홀이 한꺼번에 들어찬 느낌이다. 손님이 카운터에서 직접 바닷가재, 게, 새우, 대합 같은 해산물을 고르고, 당근·옥수수·양파·콩·양배추처럼 함께 조리할 야채도 맘대로 골라서 바구니에 담는다.

카운터에 내밀고 식탁에 앉으면 주인이 다가와 "어떻게 요리해 드릴까요?"라고 묻는다. 튀겨달라, 야채와 볶아달라, 굴 소스에 조리해달라…, 맘대로 요구하면 보는 자리에서 주방장이 웍(wok)에 불을 뿜으며 조리해 준다. 싱싱하고 푸짐하다. 4인 가족이 대게 두 마리, 대합 한 소쿠리, 대하 네 마리를 주문해서 야채와 함께 먹는다면 대략 15만원 정도 나온다. 문의 632-521-6766

라 코치나 데 티타 모닝(La Cocina de Tita Moning)

음식점 이름도 어렵지만, 들어가긴 더 까다롭다. 마닐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호화로운 레스토랑 중 하나로, 말라카낭 궁(Malacanang Palace)으로 들어가는 길 안에 있다. 가는 길엔 경비병들에게 신분증을 맡기고 들어가야 한다.

마닐라로 이주한 스페인 의사 레가르다(Legarda)씨가 1937년 지은 고택(古宅)을 손녀가 물려받아 레스토랑으로 운영하고 있다. 말이 식당이지 사실 '박물관'이다. 레가르다 가문의 사람들이 남긴 빈티지 카메라, 웨딩드레스, 고서, 각종 그림과 사진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예약을 하고 찾아가면 흰 앞치마에 검은 원피스를 입은 '하녀'들이 문을 열어준다. 너무 화려해서 어디에 눈을 둬야 할지 모르는 식탁에 앉아 있으면 코스별로 스페인 정통 요리를 대접하기 시작한다.

전채 샐러드, 메인 생선 요리, 스페인식 볶음밥 파에야와 손가락만한 치즈케이크, 달콤한 푸딩과 커피가 차례로 나온다. 음식 맛은 나쁘지 않지만 '장식'에 지나치게 신경 쓴 느낌이다. 1인당 약 2000~3000페소. 비싸지만 독특하고, 귀족 같은 저녁을 먹고 싶다면 예약하고 찾아갈 것. 레가르다씨의 손녀 수제트(Suzette)씨가 고고한 '귀부인' 같은 몸짓과 어투로 직접 저택을 안내해 준다. 문의 632-734-2146, www.lacocinadetitamon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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