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조선업계가 코로나19와 저유가로 인한 수주절벽으로 최악의 상황을 감내하고 있는 가운데 한진중공업 매각이 추진되고 있어 그 성공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장 생존을 걱정하며 보릿고개를 견뎌내는 조선업체들의 여력이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있는 반면 한진중공업의 사업 영역이 다양한데다 해군 군함 제작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할 때 인수에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긍정적 관측도 나온다.
| ▲부산에 위치한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전경. (사진=한진중공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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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최근 주주협의회를 열어 한진중공업 출자전환주식 공동매각을 결의하고 연내를 목표로 경쟁 입찰을 추진키로 했다. 대상 주식은 국내 주주협의회와 필리핀 은행들이 보유 중인 보통주 6949만3949주로 83.45%다.
채권단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은 지금이 한진중공업을 매각하기에 가장 적합한 시기라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별도재무제표 기준 매출 1조6095억 원과 영업이익 771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도엔 66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지난해 조선과 건설 등 전 사업부문에서 고른 성과를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조선부문에서는 해군 차기고속정·다목적 대형방제선 등 특수선 분야 선전으로 수주 목표치의 150%를 달성했다. 수주잔량도 3년치 정도로 일감도 충분하다. 건설에선 공공사회간접자본분야 실적·다수의 플랜트 항만분야 공사 수주로 실적을 견인했다. 자회사 필리핀 수빅조선소 부실을 털어내고 인천 북항부지·동서울터미널 매각에도 성공하면서 경영정상화의 토대도 구축했다.
하지만 장기 불황에 코로나19까지 엎친 데 덮친 조선업계에서 당분간 인수자로 나설 여력이 있는 곳은 찾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조선 빅3 업체들만 해도 한진중공업에 눈 돌릴 겨를이 없다. 더욱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기업결합까지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한진중공업의 영도조선소 부지 규모(26만m²)가 작은 것도 주요 조선업체들의 인수 메리트를 감소시키는 요인이다.
다만 한진중공업의 사업 분야가 조선업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는 점은 매각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진중공업은 단지 조선소만 있는 게 아니고 건설도 있고 묶여 있는 부지들도 건설이나 부동산 개발을 하려는 쪽에서도 관심이 있을 것 같다”며 “또 해군 소형 군함의 경우 한진중공업이 주로 맡아왔던 부분이라 일반 방산업체들도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일각에서는 한진중공업의 매각 성사 여부는 채권단의 매각 의지에 달렸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통매각 입장 대신 분리매각을 추진할 경우 매각가를 낮추지 않고도 매각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