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의원이 지난달 28일 정치세력화를 선언하며 신당 창당을 공식화하자 문 의원은 하루 뒤인 2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2017년 대선에 재차 도전할 가능성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이번 문 의원의 발언을 두고 독자세력화에 한발 다가선 안 의원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며 야권 재편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 때 文·安 경쟁 치열
민주당과 안철수신당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야권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안 의원은 내년 6~7월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가 집중돼 있는 만큼 정치세력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개별 지역을 말하는 건 적절치 않지만 내년 지방선거에서 최선을 다해 책임 있게 참여하겠다”고 공언했다.
민주당은 안철수신당 견제에 들어갔다. 호남 등 야권의 근거지와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안철수신당과 경쟁할 경우 야권의 자중지란으로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나돌고 있어서다.
이 같은 상황은 여론조사결과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출범도 하지 않은 안철수신당은 무당층은 물론, 새누리당과 민주당 지지자를 대거 흡수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가 지난달 28일 실시한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정당지지율은 새누리당 44.6%, 안철수신당 24.5%, 민주당 13.0%를 기록했다. 이중 무당층의 36.9%, 민주당 지지자의 31.3%, 새누리당 지지자의 11.3%가 안철수신당으로 대거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철수 신당의 파괴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방선거 후 대선 후보 놓고 한판 승부
문 의원은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새롭게 정당이 만들어지면 적어도 상당기간 경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경쟁하다가 거대여당과 맞서기 힘들다는 자성이 생기면 그 때 다시 힘을 합치는 걸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대선 때 야권이 힘을 합쳐 여당과 맞서자는 주문이면서도 동시에 내년 지방선거에서 안철수신당의 영향력을 보고 야권연대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전개됐던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안 의원은 “새정치를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한국 정치의 재편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문 의원도 안 의원과 힘을 합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문 의원은 오는 9일 출간 예정인 저서 ‘1219, 끝이 시작이다’를 통해 “(2012년) 대통령이 되려는 열정이나 절박함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제게 그 열정과 절박함이 넘쳐나야 민주당에도 전염이 되는 법인데 그러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문 의원은 “(최종 출마 결심) 몇 달 전까지도 대선을 꿈꾸지 않았던 탓에 대선 전략이 충분히 정립돼 있지 못했다”며 “대선 과정의 사전 시뮬레이션도 충분하지 못했는데 그것이 대선과정의 상황을 결단력 있게 돌파하지 못한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문 의원이 판단하는 대선 후보의 가늠자는 결국 ‘열정’이나 ‘절박함’이다. 내년 지방선거 이후 문 의원과 안 의원 중 누가 더 큰 열정이나 절박함을 갖느냐에 따라 2017년 대선후보로 우뚝 서느냐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를 위해선 문 의원이 민주당 내에서 어떤 입지를 확보해 대권 후보의 반열에 다시 서느냐가 선결과제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