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서울광장은 16일 보랏빛 물결로 가득 찼다. 지난 15일부터 1박 2일간 시민의 조문을 받은 유가족들은 희생자 추모를 상징하는 보라색 옷을 입고 합동 분향소 앞을 지켰다. 이들은 이날 오후 1시 10분부터 서울광장 분향소의 운영 종료식을 열고, 희생자 159명의 이름을 하나씩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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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아닌 시작”…유가족, 진상규명 필요성 강조
유가족들은 서울광장 분향소를 마련해준 시민과 정치권에 감사를 전하면서 끝까지 함께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정민 10·29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유가족협의회) 위원장은 “오늘은 내일을 준비하는 시간”이라며 “이 분향소를 설치함으로써 오늘까지 버틸 수 있게 도움을 준 많은 시민단체와 정치계, 종교계 여러분께 감사하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이 위원장은 “2024년 6월 16일 서울광장 분향소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길로 가기를 공식 선포한다”며 운영 종료식에 참석한 이들에게 절했다.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은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지난해 2월 4일 중구 서울광장에 이태원참사 희생자들의 합동 분향소를 긴급 설치했다. 서울시는 이 분향소를 불법시설물로 보고 자진 철거를 요구했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거부했고, 지난해 10월 1차 변상금 2899만 2000원을 납부했다.
분향소 이전은 지난달 2일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태원참사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의 문턱을 넘으면서 이뤄졌다. 이태원참사 특별법은 2022년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의 재조사를 위해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를 구성하고, 피해자 구제와 지원 방안 등을 규정하기 위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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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우원식 국회의장과 야당 국회의원들도 분향소를 방문해 희생자들에게 헌화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특조위의 설치 과정이 진행 중”이라며 “진실을 제대로 밝힐 독립적 수사 위해 국회에서도 최선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는 국민의 생명을 책임져야 할 헌법기관”이라며 “특별법이 아닌 기본법으로 국민의 생명과 피해자의 권리를 지키고, 유가족이 참담한 과정을 겪지 않도록 생명안전기본법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운영 종료식이 시작되기 전부터 분향소를 찾아온 시민들은 참사가 반복되면 안된다고 정부를 향해 말했다. 이날 오전 서울광장 분향소를 방문한 조찬영씨는 “특별법이 통과됐지만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몰라서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며 “세월호참사 때처럼 똑같이 흘러가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2022년 12월부터 분향소 봉사활동에 참여한 김미경(60)씨는 “유가족끼리 같은 아픔을 겪었으니 설명 안 해도 서로 위로되고 서로 웃을 수 있는 것도 좋았다. 집에 혼자 있으면 우울증 걸리기 쉬운데 나와서 모으니 다행이다”며 “어제 오세훈 서울시장처럼 대통령과 다른 장관들이 와서 위로하고 사죄의 말을 하면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유가족과 시민 100여명은 분향소 운영종료식을 마친 뒤 희생자들의 영정을 품에 안은 채 임시 기억·소통 공간으로 행진했다. 중구 을지로1가 부림빌딩 1층에 마련된 임시 기억·소통 공간, ‘별들의 집’은 오는 11월 2일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