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청소년 위한 전용 버스, `EXIT`가 온다

변미혜 움직이는청소년센터장 인터뷰
"찾아다니며 소통하고 자립 도울 것"
  • 등록 2011-07-27 오후 12:13:00

    수정 2011-07-27 오후 12:13:00

[이데일리 이창균 기자] 다음달 경기 안산과 부천을 시작으로, 조금은 특별한 버스가 국내를 달린다. 이동식 청소년센터라는 별칭이 붙은 이 버스의 이름은 출구라는 뜻의 영단어 `엑시트(EXIT)`. 오는 11월 서울에도 상륙한다. 사단법인 들꽃청소년세상은 지난 26일 서울 관악구에서 자체 행사를 갖고 이동식 청소년센터 출범을 알렸다.

어떤 버스일까.

"거리 청소년이 있는 위치로 직접 찾아가는 겁니다. 거리 청소년들은 사회적 시스템과 많이 떨어져 있어, 어떤 프로그램이 마련돼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자립하려는 목표를 가졌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청소년을 힘껏 도울 겁니다"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변미혜 움직이는청소년센터장은 이동식 청소년센터의 의미를 이렇게 소개했다.
▲ 이동식 청소년센터 `EXIT` 버스의 모습
가출 등 불우한 경험을 겪은 청소년들은 막상 청소년센터가 있어도 적극적으로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변 센터장은 "몰라서 그럴 수도 있고, (청소년센터) 서비스가 필요하지 않다는 경우도 있어 그렇다"며 "당분간 홍보에 집중하면서 최대한 많은 청소년들과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단정하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버스 내부에는 20여명의 활동가가 탑승, 버스를 찾는 거리 청소년을 위한 상담 및 교육에 나선다. 또 음식과 의료품 등을 지원하는가 하면, 편하게 쉴 수 있는 휴식 공간도 제공한다. 다음달 18일부터 안산(매주 목요일 오후 5~11시)과 부천(매주 금요일 오후 8시~새벽 2시) 두 곳에서 1차로 운영된다.

▲ 버스 내부에 마련된 취식·휴게 공간
버스 운영 시간이 밤 시간대에 집중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변 센터장은 "거리에서 만난 청소년들은 주로 밤에 있었고, 이는 밤 시간대에 그만큼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이동식이 아닌 기존 청소년센터들의 경우 운영 시간이 한정돼 밤이 되기 전에 문을 닫는 경우가 많은 애로점이 있었다.

또 거리 청소년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프로젝트냐는 물음에 변 센터장은 망설임 없이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변 센터장은 "각 가정이나 지역사회가 어려운 여건을 감당하지 못해 청소년들을 거리로 내몬 것일 수 있다"며 "이들이 버스를 통해 사회적 서비스를 받고, 아지트를 마련해가며 자립해 자기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정부나 지자체의 별도 지원 없이, 순수 민간 협력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사회복지법인 함께걷는아이들이 운영비를 내고 후원했다. 버스 지원에는 현대차(005380)가 1억5000만원을 출연하며 팔을 걷고 나섰다. `광고 천재` 이제석 씨는 미국에 있는 자신의 광고연구소를 통해 버스 디자인을 맡았다. 시민사회와 기업, 개인이 한 데 어우러진 사례다.

들꽃청소년세상은 11월부터 서울에서도 이 버스를 운영, 올해 안에 총 2000~3000명의 청소년이 이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변 센터장은 "조사를 거쳐 버스를 필요로 하는 지역으로 확대 운영할 것"이라며 "정부와 지자체의 협조 하에 지역사회 주민들도 관심 갖고 함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따뜻한 밥상·수다·쉼`을 콘셉트로 하는 이 버스를 타고 나가서, 거리 청소년들을 계속 만날 겁니다. 편하게 쉬면서 놀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할 거예요. 놀기도 하고, 밥도 먹고, 수다도 떨고, 그럴 수 있는 공간. 거리 청소년들에게 진짜로 필요한 게 뭔지 고민하려는 노력이 우리 사회에 필요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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