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지 않은 순간 없었다”…구청 울린 기초수급자 대학생의 편지

母 병원비·학자금 때문에 지원 통장 해지
지자체 도움으로 희망…“더 해보라는 의미”
  • 등록 2024-02-19 오전 9:54:13

    수정 2024-02-19 오전 9:56:06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부산의 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대학생이 보낸 편지가 울림을 주고 있다. 그는 해당 지자체의 맞춤형 지원 등 도움을 받으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는 의미를 전달했다.
대학생 김씨가 부산 동구청에 보낸 편지. (사진=부산 동구 제공)
19일 부산 동구에 따르면 최근 동구청으로 기초생활수급자인 대학생 김모씨(21)의 편지가 도착했다.

편지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5월 지난해 5월 디딤씨앗통장을 해지했다. 24세까지 유지할 수 있는 이 통장은 기초생활수급자 청소년 등이 매월 일정 금액을 저축하면 자치단체가 10만 원 한도로 매일 지원하는 것으로, 매월 일정 금액을 저축하면 자치단체가 10만 원 한도로 매월 지원한다.

아르바이트로 어머니의 병원비를 마련하는 김씨는 학자금을 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통장을 해지해야 했다고. 이 과정에서 김씨는 동구의 맞춤형 지원 사업을 알게 돼 지원할 수 있었다.

구가 전국 최초로 시행하는 ‘자립통장 만기해지 아동 지원사업’은 자립통장을 만기해지하는 만 18세 이상 취약계층 청년에게 취업·자립 상담과 자격증 등 취업 비용 등을 맞춤형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으로 김씨는 운전면허와 컴퓨터 자격증을 취득했고 사회복지사 멘토에게 진로 상담을 받기도 했다.

그는 편지를 통해 “태어나서 가난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며 “항상 (가난을) 증명하고, 그에 응당하는 값을 받아왔다. 이만큼 모자라고, 이만큼 힘드니까 등 어떤 기준에 미달돼야만 했다”고 담담히 적었다.

이어 해당 사업을 통해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됐다”는 김씨는 “나는 이만큼 잘하고, 이만큼 해낼 수 있는 사람이야. 그래서 나를 믿고 지원해주는 거야. 내가 살아온 삶은 미달이 아니라 충당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항상 ‘힘들면 포기해도 된다’고 말씀했지만, 저는 ‘더 해보라’는 응원의 말이 듣고 싶었던 것 같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구가 진행하는 해당 사업은 초록우산 부산종합사회복지관과 등과 연계해 지난해 시범 실시한 후 올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지난해에는 만기 해지 청년 12명에게 1500만 원 상당의 맞춤형 자립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 바 있다.

동구 관계자는 “현재 초록우산 부산본부의 예산으로 사업이 운영되고 있는데, 앞으로 신청자가 2∼3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회에 나가는 더 많은 아이가 자립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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