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A+를 향해)①16년前 암진단이 지금 삼성 만들었다

질 중시 경영으로 `혁신 또 혁신`
이젠 글로벌 초일류기업으로 새 도약
  • 등록 2009-10-29 오전 10:29:44

    수정 2009-10-29 오전 10:29:44

[이데일리 류의성 기자] 세계적 경기불황 속에서 삼성이 새로운 도약을 이뤄내고 있다.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연매출 100조원, 연간 영업이익 10조원을 달성할 전망이다. 다른 계열사들 역시 각 사업분야에서 최고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이라는 브랜드 위상이 높아지고 있고, 주식시장에서 삼성계열사들의 시가총액 역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 93년 이건희 전 회장의 `신경영` 선언 이후 가장 눈부신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도 뒤따르고 있다. 가장 어려운 시기에, 가장 놀라운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삼성의 저력이 어디서 나오는가. 삼성의 위상 변화와 미래에 대한 준비를 3회에 걸쳐 조명한다<편집자주>

 
 
지난 93년 삼성의 주력계열사들에게 참혹한 평가가 내려졌다.  이건희 당시 회장의 입에서는 "삼성전자는 암2기"라는 진단이 나왔다. 삼성중공업은 영양실조, 삼성종합화학은 선천성 기형, 삼성물산은 암과 기형이 겹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독설이라면 독설일 수도 있었던 이같은 진단은 시간이 지나면서 삼성 계열사들에게는 약이 됐다.  `양(量)`을 중시하는 매너리즘 경영과 사고방식을 뿌리뽑는 특효약이 된 것이다.  세계시장의 리더로 부상하고 있는 '글로벌 삼성'의 시작은 삼성전자를 암환자로 평가한 냉철한 진단에서 시작됐다.   

◇`암`을 이겨내고 세계일류를 향해

십수년전 암환자에 비유됐던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사상 처음으로 연결기준 분기 영업이익 4조1000억원 가량을 거뒀다. 올해는 창사 처음으로 매출 100조와 영업이익 10조원 돌파가 예상되기도 한다.
 
2009년 삼성전자 제품 중에 이 회장의 질 중시 경영 철학이 가장 잘 담겨있는 제품을 꼽으라면 바로 LED TV다.
▲독일 포츠담에 있는 삼성전자 LED TV 옥외광고.


 
 
 
 
 
 
 
 
 
 
 
 
 
 
 
 
 
 
 
`세계 경기 침체기에 고가의 TV가 성공할 리 없다`, `시장을 너무 앞서갔다`, `합리적 사고를 하는 미국 등 선진시장 소비자들에게 통하지는 않을 제품이다`
 
출시 초기 LED TV는 이런 악평을 받았다.

그러나 불과 수개월만에 삼성의 LED TV는 2009년 세계 TV 시장의 핵심 아이콘이 됐다. 전 세계시장에서 삼성의 LED TV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방심하던 경쟁업체들이 부랴부랴 LED TV 생산에 뛰어들고 있다.

삼성의 LED TV는 미국 전자제품 판매직원들의 인식까지도 바꿔놨다. 미국의 권위있는 소비자단체인 JD파워의 크리스데노브 부사장은 "삼성 LCD TV에 대한 인식이 `밸류 브랜드`(Value Brand)에서 `프리미엄 브랜드`(Premium Brand)로 변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컨설팅단체인 프로스트앤설리번 역시 삼성전자를 넘버 원으로 치켜세웠다. 이들은 "이제 삼성 브랜드는 최고의 품질, 업계 최고의 수익 및 시장 점유율, 에너지 효율이 뛰어난 친 환경 혁신 제품의 대명사로 인식되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시장지배적인 일류 제품은 이제 삼성전자가 아닌 다른 삼성 계열사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삼성의 모든 계열사가 일류를 향해 전력질주하고 있기 때문에 얻은 결과다.

삼성중공업이 좋은 사례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상반기 최첨단 설비를 갖춘 배 1척으로 올 한해 장사 절반 매출과 맞먹는 수주를 이끌어냈다. `LNG-FPSO`라고 불리는 원유생산저장설비 선박이다. 이 배의 가격은 약 6조원 규모으로, 지난 2분기 삼성중공업의 매출은 3조2000억여원의 약 2배 수준이다.

이달 중순 개통된 `인천대교`에서도 삼성의 세계적인 기술력을 찾아볼 수 있다. 인천대교는 국내에서 가장 길고 세계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시설이다. 삼성물산은 인천대교에 세계 최초로 FSLM 공법을 적용, 공기를 파격적으로 줄였다. 다리 100m를 놓는데 기존 방식으로는 2개월이 걸리던 것을 3일로 단축시킨 것이다.

◇강해진 브랜드 파워, 늘어난 시가총액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제품을 잇따라 내놓자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의 브랜드와 위상은 강력해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처음으로 세계 브랜드 순위 20위내에 진입했다. 브랜드컨설팅 기업인 인터브랜드와 비즈니스위크가 공동으로 발표한 `2009 글로벌 100대 브랜드` 조사에서 삼성전자는 175억2000만달러의 브랜드가치를 평가받아 19위에 올라섰다. 작년에는 21위였다.
▲삼성 그룹 전체 매출 추이



 
 
 
 
 
 
 
 
 
 
 
 
 
 
 

글로벌 금융 위기로 세계적인 기업들의 브랜드가치가 대부분 하락했고 삼성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100대 브랜드기업들의 평균 하락률보다는 높았고, 브랜드순위는 오히려 상승했다. 삼성전자의 브랜드가치가 세계 20위내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03년 30위내에 진입한 후 6년만의 일이다.

삼성 계열사들의 약진은 주식시장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삼성그룹 상장사들의 총 시가총액이 200조원을 돌파했다. 대부분의 계열사들이 기업 펀더멘털을 착실히 다져가면서 주가도 한 단계 레벨업됐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시가총액은 지난 2000년 말 37조원이었다. 2004년 초에는 100조원을 돌파했다. 거의 6년만에 시가총액 100조원이 늘어났다. 

무엇보다 삼성전자의 비중이 과거보다 많이 줄었다는 점이 큰 의미가 있다. 2004년에는 삼성그룹 시총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80% 수준이었지만 200조를 돌파시에는 58%대로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실적이 연이어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비중이 낮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다른 계열사 역시 크게 성장했음을 뜻한다.

◇`초일류` 삼성을 향해

최근 심심찮게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복귀가 필요함을 역설하는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 전 회장의 `신경영론`으로 현재의 삼성이 탄생할 수 있었고 이제는 삼성 100주년 그 이상을 내다볼 수 있는 통찰력과 직관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삼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 1996년 해외본사제 도입 등 글로벌 신경영체제가 확립되면서 삼성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지만 초일류 삼성이라고 평가받으려면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삼성 그룹 총자산 추이

 
 
 
 
 
 
 
 
 
 
 
 
 
 
 
 
 

철저하고도 절박한 현실인식과 위기의식에서 초일류 삼성의 미래를 재조망하고 점검해야하는 경영 전략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절정으로 올라가고 있는 지금의 삼성이 가장 위험한 시기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재계에서도 여러가지 충고를 아끼지 않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한 관계자는 "인텔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처럼 세계 경기나 업황에 흔들림 없이 초일류제품을 통해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이 이들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위해선 기술과 인재 투자를 더욱 강화하고, 계열사별로 고르게 시장을 장악하는 제품이 나와야 한다"며 "이와 함께 삼성은 친환경과 사회공헌 등 규모에 걸맞는 기업시민으로써의 역할도 지속해야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삼성이 새로운 기업이미지 광고인 `두근두근, Tomorrow` 캠페인을 시작했다. 삼성은 지난 2008년 `더 뛰겠습니다`라는 이미지 광고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의지를 표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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