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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없이 끝난 일주일 회담…러시아 “인내심 바닥났다”
15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우크라이나 문제를 놓고 서방 동맹국들과 러시아 간 집중적인 회담은 체념과 위협을 낳았으며, 양측은 안보 위기로 비화할 수 있는 교착 상태를 해결하는 것에서 더 멀어졌다고 평가했다.
지난 9일 러시아와 미국의 외교차관간 업무 만찬을 시작으로 △미·러 외교차관 회담(10일)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간 협의(11일) △나토-러시아 회의(12일)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회의(13일) 등이 연달아 열렸으나 구체적인 해결책을 내지 못하고 마무리된 데 따른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두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과 러시아 간 힘겨루기가 벌어지면서 이 지역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구 소련 국가 중 하나로 러시아와 나토 진영이 각자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부 장관은 지난 13일 “우리의 인내심은 바닥났다”며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이해한다. 갈등의 소지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회담 직후 자신들의 안보 보장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중남미 쿠바나 베네수엘라 등에 군사 인프라를 배치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긴장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자 한다면 그렇게 (지금보다) 더 좋은 시기는 없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푸틴은 서방이 러시아 주권을 훼손하고 싶어한다는 우려를 하고, 이 두려움의 중심에는 우크라이나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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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과 러시아 간 추가 회담은 예정되지 않았다. 미국은 러시아에 공을 넘기고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전쟁이 머지않았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미국 정보 당국은 러시아가 이르면 올해 초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연말부터 우크라이나와 접경 지역으로 병력을 대거 이동시켰으며 그 수가 1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날(14일) CNN 방송은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의 명분을 만들기 위한 위장 작전용 공작원을 배치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최근 상황이 러시아의 2014년 크림 반도 침공과 합병, 우크라이나 동부 분리주의 전쟁 선동 때와 비슷하다며 분쟁이 임박한 징후라고 봤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잠재적인 침공이 2월 중순에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안보와 안정을 진전시키기 위한 외교를 계속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러시아가 다른 길을 선택한다면 우리도 똑같이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침공을 강행할 경우 미국은 금융제재와 수출 금지 등 전면적인 재재 조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주요국 외교장관들도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해 이번 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다. 아날레나 배어복 독일 외무부 장관은 오는 17일과 18일 각각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방문해 외교수장간 협의를 가질 예정이다. 독일 외무부 대변인은 배어복 장관이 우크라이나 분쟁 해결을 위해 우크라이나·러시아·독일·프랑스가 참여한 ‘노르망디 형식’ 회담에 진전을 이루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교장관이 이번주 일주일간의 유럽 순방 일정 중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데니스 슈미갈 우크라이나 총리를 만날 계획이다.